
전 세계에 남아있는 원주민 소수부족이 모두 196개이며, 이들 중 절반가량은 10년 내에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국제인권단체인 서바이벌인터내셔널의 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 최소 196개의 “접촉하지 않은 집단”, 즉 문명사회와 교류를 하지 않는 원주민 소수부족이 남아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BBC는 각국 정부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향후 10년 안에 이들 부족의 절반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상태라고 전했다.
원주민 소수부족들이 위기에 처한 가장 큰 원인은 석유 채굴, 벌목 등 자원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발 인력 등 외부인과 원주민들 사이에 일어나는 접촉이다. 고립된 채 오랜 기간 살아온 소수부족 구성원들은 감염병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선교사들이 이들과 접촉하려 하거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많은 팔로어(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이 접근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페루의 나하우족은 외부 세계와 처음 접촉한 뒤 채 몇 년도 되지 않아 인구의 50%가량이 사망한 바 있다. 역시 페루에 살던 무루하누아족도 1990년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사망자 중 다수는 감염병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일부 국가는 원주민 소수부족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있으며, 페루 정부처럼 접촉 자체를 막기 위해 소수부족과의 교류를 불법화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불법 벌목과 광산 개발 등은 소수부족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벌목꾼들로 인한 폭력사태와 감염병 등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페루 아마존의 마시코 피로 부족이 대표적 사례다. 소수부족 가운데서는 규모가 큰 편인 마시코 피로 부족은 수렵, 채집으로 식량을 얻으면서 아마존의 열대우림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페루의 원주민인권단체인 페드의 이스라일 아퀴세는 BBC와 인터뷰에서 “고립된 원주민들은 매우 취약하다. 역학적으로 어떤 접촉을 통해서도 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며 “가장 단순한 접촉조차도 (원주민들을) 전멸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적으로도 모든 접촉이나 간섭은 그들의 생활과 건강에 매우 해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수부족들과 개발업자들의 접촉 과정에서는 개발 인력들이 공격을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2022년에는 두 벌목꾼이 마시코 피로 부족의 공격을 받아 1명이 숨졌다. 사망자의 몸에서는 화살에 맞은 상처 9개가 확인됐다.
마시코 피로 부족이 주로 모습을 보이는 타우하마누강 유역의 누에바 오세아니아 마을에 사는 토마스 아네즈 도스 산토스는 B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마시코 피로 부족이 오랫동안 매우 평화롭게 살아왔음을 알고 있지만, 현재 그들의 숲은 파괴되고,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