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공영방송 BBC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큐멘터리 짜깁기 논란’과 관련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경우 맞서 싸우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미르 샤 BBC 회장은 17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금 등을 요구하는 법적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샤 회장은 “우리는 우리 자금 조달의 특권적 성격과 수신료 납부자인 영국 국민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확실히 알고 있다”며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근거는 전혀 없으며, 우리는 이 문제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BBC는 영국 TV 시청 가구에 의무 부과되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사다.
앞서 샤 회장은 논란이 된 영상 편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편지를 보냈다. 다만 샤 회장은 BBC가 명예훼손 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주장에는 반대 입장을 전했다. BBC에서는 이미 고위직 2명이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BBC가 미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 방영한 다큐멘터리 <트럼프: 두번째 기회?>에서 자신의 연설 일부를 짜깁기해 2021년 1월 6일 발생한 ‘의회 폭동’을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면서 명예훼손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14일엔 기자들에게 10억∼50억달러(약 1조4600억∼7조3200억원)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측 명예훼손 소송 움직임은 상당히 구체화됐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 변호사들은 BBC의 연설 편집으로 “대통령의 명성과 재정적 피해가 엄청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측은 명예훼손 소송을 영국이 아닌 플로리다주에서 제기할 방침이다. 영국 명예훼손 소송 제기 시한인 1년이 이미 지난 것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플로리다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지역이자 트럼프 지지 성향이 강한 곳이다.
다만 미국은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표현의 자유를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 측 주장이 힘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BBC는 해당 다큐멘터리가 미국에서 방송된 적이 없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하지도 않아 플로리다 유권자들은 이를 시청할 수 없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