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단벌레는 딱정벌레목 비단벌렛과의 곤충으로 녹색이나 갈색 바탕인 몸은 보는 각도에 따라 금색, 붉은색 등 영롱한 광택을 뽐낸다. 얇은 층이 겹겹이 쌓인 딱지날개가 빛을 받으면 각 층에 반사되는 각도에 따라 오색찬란한 빛깔을 낸다. 영어로는 ‘주얼 비틀’(Jewel beetle·보석 딱정벌레)이라 불린다.
이런 겉모습에 예부터 귀하게 여겨져 우리나라에선 장신구에 주로 이용됐다. 경북 경주 황남동의 신라 무덤에서 발견된 금동관에서 최근 비단벌레 날개 장식이 처음 확인됐다. 앞서 1921년과 1941년 경주 금관총과 평안도 진파리 고구려 고분에서도 이를 장신구로 활용한 마구(馬具) 등이 출토된 바 있다. 신라 시대 최상급 무덤인 왕릉급의 경주 황남대총에선 금동 허리띠 꾸미개용으로 확인됐고, 신라 특유의 적석목관분에서 발견된 화살통 멜빵에서도 장식으로 사용됐다. 이들 신라 유물의 제작 시기는 5∼6세기로 추정된다.
일본에선 6세기 말~7세기 초 조성된 국가 사적 후나바루 고분(후쿠오카현 고가시 소재)에서 2013년 출토한 살구잎 모양의 마구에서 비단벌레 날개 장식이 보고된 바 있다. 학계에선 일본에서 처음 확인된 비단벌레 장식 마구가 고대 신라와 일본 간 교류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후나바루 고분은 신라·가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마구가 한반도에서 유입됐거나 신라의 영향으로 현지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단벌레는 과거 인간의 기술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화려한 외양 탓에 무분별하게 채집돼 관상용과 장식 도구로 쓰였고, 근래 들어선 기후 변화에 따른 서식지 파괴 등으로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 2008년 10월 천연기념물 496호로 지정됐으며,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 이어 2018년부터 1급으로 상향됐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황남대총에서 발굴된 말 장식 복원에 필요한 약 1000마리분의 비단벌레 날개를 모두 일본에서 들여와야 했다. 국가유산청은 비단벌레 인공 증식을 위한 연구 용역을 연말까지 진행한다. 앞서 강원 영월군 천연기념물곤충연구센터가 지난해 인공 짝짓기 후 알에서 성충까지 국내 최초로 생활사를 규명한 만큼 인공 증식은 성공 기대감이 크다.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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