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일본과 함께 대표적 장수 국가로 꼽힌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30년이 되면 일본을 앞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연구팀의 예측이다. 특히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세를 넘어 세계 1위에 오른다고 한다. 실제 사망연령을 고려하면 여성 100세 시대가 보편화된다는 의미이다.
불과 60년 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53세였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한국경제와 의료가 발전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한일 양국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의료비 지출이 현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의료기관 이용 양상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한국 노인의 진료 현실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예를 들어, 수원시 영통구와 전라북도 부안군의 의료비를 비교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각 지역의 사회적, 경제적 배경과 보건 의료 접근성의 차이를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질병청이 건강보험통계연보를 재구성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 진료비 증가세는 고령화 속도보다 더 가파르다. 그럼에도 KDI는 2025년 인구요인의 영향력이 축소된 원인에 대해 ‘건강한 고령 사회’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고령층에 새롭게 진입하는 세대의 건강 개선이 이뤄진 게 그것. 65~69세에서는 수량 요인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생애 말기의 의료비 폭증이 유예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주요 기여 요인이라고 하면서 고비용 의료서비스로는 비싼 약제, MRI 등을 꼽았다. 대한민국 노인의 한 사람인 필자로선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고가의 약제가 항암제라 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생애 말기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노력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202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분석한 주요국의 건강보장제도 현황과 정책동향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 비율이 28.8%다. 17.5%인 우리나라보다 11%p나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의료비 비중도 2020년 기준 83.4%로 한국 62.6%보다 높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차이가 아닌가?
그런데 일본의 국민의료비 대비 가계부담 비중은 우리나라 27.8%보다 낮은 13.3%다. 국민건강보험에 기여하는 국가재정이 일본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질병청이나 KDI와 같은 국가기관이 의료비 부담의 원인을 실손 보험도 없는 노인 소비자들의 진료상황 때문으로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아전인수라는 생각이다. 공식적으로도 GDP 대비 경상의료비를 일본과 비교해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일본보다 낮다.
“장수는 비극이다.” 현대 사회에서 장수에 대한 양면성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건강 문제,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문제와 연결될 때 장수가 비극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된 무진장지역의 벽지 의사이다. 최근, 장수군과 규모가 비슷한 일본의 자치단체인 하치만타이시(이와테현)의 노인 의료를 살피고 크게 느낀 점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제도를 일본으로부터 도입하고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일본의 제도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노인 의료복지의 미래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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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승호 cook1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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