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후기 뒤에 숨은 광고

2025-08-27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국내 출시된 지 8개월 만에 약 40만 건 가까이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에는 일라이 릴리가 경쟁 약 마운자로를 내놓으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위고비 사용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마운자로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비만약 시장은 앞으로도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처럼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신약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사회 전반에 비만 치료제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 공간을 살펴보면 또 다른 흐름이 눈에 띈다. 블로그나 SNS에는 위고비 사용 후기라는 제목의 글이 쏟아지고, 사진과 체중 변화 그래프까지 곁들여져 있어 실제 환자의 경험담처럼 보인다.

하지만 글을 끝까지 읽어보면 전혀 다른 결론이 기다리고 있다. “부작용이 걱정돼서 저는 더 안전한 방법을 택했다. 바로 ○○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이다.” “위고비 6개월 사용후기! 10㎏ 감량 성공했지만 정체기가 왔어요. 그런데 이걸 먹고 나서….”

앞부분은 위고비 체험담으로 신뢰를 쌓고, 뒷부분은 가르시니아나 녹차 추출물, 혹은 이름조차 생소한 다이어트 보조식품의 광고로 이어지는 식이다. 전형적인 스텔스 마케팅이다. 소비자는 솔직한 후기라고 믿고 읽지만, 실제 목적은 특정 제품을 팔기 위한 상업적 글에 불과하다.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나 오젬픽은 확실히 혁신적인 약물이다. 임상시험에서 16개월 동안 체중의 15% 정도 감량 효과를 보였고, 이는 기존 다이어트 방법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영원히 체중이 감소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18개월 전후에 정체기에 도달한다. 약물의 한계가 아니라 인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체중이 감소하면 기초대사율이 낮아지고, 몸은 더 이상의 체중 감소에 저항한다.

이럴 때 다른 뭔가를 먹어서 살을 더 빼기는 어렵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는 몇몇 소규모 연구에서 제한적 효과가 관찰되었으나, 메타분석에서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체중 감량 효과는 불확실하다는 결론이 우세하다. 이미 강력한 식욕 억제 효과를 보이는 신약을 사용 중인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간 손상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애초에 국내에서 이 성분은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만 인정되고 있다. 둘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부당하다.

문제는 후기라는 형식을 빌려오기 때문에 독자가 더 쉽게 현혹된다는 점이다. 의학적 사실과 상업적 홍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정보와 광고를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위고비와 같은 놀라운 신약이 등장하는 지금, 그 이름을 빌린 무분별한 광고도 함께 늘고 있다. 과학적 근거와 포장된 광고를 가려낼 줄 아는 건강 문해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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