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 회장이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해 “저를 포함한 경영진 모두가 뼈아프게 반성한다”며 사과했다. 적어도 오는 15일 이전까지는 해외 출장 이용자도 유심보호서비스를 이용가능토록 하고, 그룹 차원의 보안을 강화할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의 위약금 면제요구와 관련해선 형평성과 법률문제를 고려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관련기사 4면〉
최 회장은 7일 SK텔레콤 티타워에서 열린 브리핑에 참석해 “사고 이후 일련의 소통과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바쁜 일정 속에 매장까지 찾아와 오래 기다리거나 해외 출국을 앞두고 마음을 졸인 많은 고객에게 불편을 드린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우선 정부 조사에 적극 협력해 사고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규명하는데 주력하겠다”며 “고객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저희를 믿고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해준 고객에게 감사드리며, 유심 교체를 원하는 분들도 더 빠른 조치를 받을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회장은 본인도 유심을 교체하지 않고,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는 해외 출장에 나서는 15일 이전까지 해외로밍 이용자도 유심보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14일까지 관련 시스템을 완비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보안 체계를 재점검·강화하고 보안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SK수펙스추구위원회 산하에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그는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보안은 단순한 IT 문제가 아니라 안보이자 생명이라는 인식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국회에서 요청한 위약금 면제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최 회장은 “개인적인 의견보다 중요한 것은 형평성과 법적 검토”라며 “현재 SK텔레콤 이사회가 해당 사안을 논의 중이며, 좋은 해결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저는 이사회 멤버가 아니기에 구체적인 말씀은 드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IT 보안은 단지 IT 영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그룹 전반이 나서야 할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절감했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돌이켜 생각하고, 고객 신뢰를 얻도록 다시 한 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 회장은 8일로 예정된 국회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 청문회에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와의 통상회의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날 브리핑 참석은 국회 불출석에 따라 국민에게 해킹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