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원시적인 제사제도의 국민 통합적 기능

2025-08-18

(조세금융신문=구기동 신구대 교수) 고대인들은 절대자로 자연이나 사람을 상정하고, 자신들의 평안과 안식을 기원하거나 감사의 표현으로 제사를 했다.

각 씨족의 시조를 신격화하고 조상신 숭배가 보편화되었고, 종교적 의식을 넘어서 인간의 기본적 덕목으로 확립되었다. 사람의 사후의 세계를 기리는 문화는 동서양에서 약간의 형식을 달리하면서 일정한 격식 하에서 제도로 정착하였다. 우리나라에 진행되는 제사는 신라시대부터 정착되어 모두 주희의 ‘가례’를 기본으로 한다.

유교의 조상 숭배 확립

제사의 기본적인 사고는 축(祝)으로 신에게 복을 구하고, 주(呪)로 신과 인간이 감응하여 귀신을 몰아내는 것이다. 그 대상인 신은 하늘(天)과 신(神), 땅(地)과 기祇), 사람(人)과 귀(鬼)로 연결된다.

이 신‧지‧귀는 존재영역에 따른 구분으로 신은 천이나 사람의 혼과 일치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이러한 귀신 숭배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성행하였다. 이에 공자(孔子, 기원전 552∼479)는 귀신 중심의 종교 문화와 사람중심의 예의문화를 통합하여 사람이 해결해야 할 ‘인(仁)’을 제시하였다. 실천 항목으로 조상 숭배는 사람들에게 효(孝) 사상을 보편적인 덕목으로 인지시키고 가족 간 유대감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었다.

조상 숭배의 형식인 제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상의 은혜에 보답하고 후손들에게 귀감이 되는 삶을 살도록 윤리 의식을 고취하였다. 제사의 특성이 유교의 ‘예기(禮記)’, ‘주자가례(朱子家禮)’, ‘주자어류(朱子語類)’ 등에 기록되어 있다. 이때 제사에 정성이 있으면 그 신이 있고, 정성이 없으면 그 신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귀신은 정성도 중요하지만 마음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范氏曰 君子之祭에 七日戒하고 三日齊하여 必見所祭者는 誠之至也라

是故로 郊則天神格하고 廟則人鬼享하니 皆由己以致之也라

有其誠則有其神이요 無其誠則無其神이니 可不謹乎아

吾不與祭면 如不祭는 誠爲實이요 禮爲虛니라

제사의례의 확립

제사는 대상이 되는 신과 제사를 드리는 인간의 만남이다. 신 존재인 ‘신위(神位)’와 제사를 드리는 ‘제관(祭官)’이 있고, 신과 인간이 만나는 준비 과정, 본 과정, 그리고 마침 과정으로 진행된다.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제관이 제계(齊戒)하고, 그 해 처음 수확된 가장 품질이 좋은 제품을 골라서 정갈하게 준비한다(陳設).

참가자들은 무채색의 두루마기나 혹은 도포를 입거나 화려하지 않은 옷을 입는다. 차례는 영신(迎神), 진찬(進饌), 헌작(獻酌), 강복(降福), 음복(飮福), 송신(送神)으로 이루어진다. 제사가 끝나면 신위와 제사상을 정리하고, 축문(祝文)이나 지방(紙榜) 및 폐백(幣帛)을 불사르고 그 남은 재를 땅에 묻는다. 모든 제사 참여자들이 신의 강복을 받은 제물을 나누어 먹는다.

‘주자가례’에 제례는 사시제(四時祭), 초조제(初祖祭), 선조제(先祖祭), 예제(禰祭), 기일제(忌日祭), 묘제(墓祭)로 구분된다. 사시제는 4계절의 중월에 4대 조상을 집에서 제사, 기일제는 4대 조상의 기일에 집에서 제사, 초조제는 시조를 동지에 사당에서 제사, 선조제는 종손이 시조 이하 5대조까지 사당에서 제사, 예제는 7월에 부모를 집에서 제사, 묘제는 5대 이상의 조상을 3월에 묘에서 제사하는 의식이다. 복잡한 제사 구조는 조선시대에 사사제와 예제는 차례, 4대 조상까지 기제, 초조례와 선조제는 묘제로 간소해졌다.

제사의 대상으로 ‘예기(禮記)’에 제후는 고조 이하와 시조를 합쳐 오묘제, 천자는 7묘제로 규정했다. 오묘제는 직계 조상의 4대조(부, 조, 증조, 고조)까지 제사로 지내고, 5대조부터 봄, 가을에 시제로 지낸다. 큰 집은 독을 모신 조상 방을 두고, 큰 집사는 사람에게 제사를 상속했다. 각 가정은 조상을 모시는 조상 방이 있고 가능한 거처하지 않았다. 일부 집안은 나무로 다락을 만들어서 그 위에 독을 놓고 독 안에 위패를 모셨다.

종교에 기원을 둔 국가적 제사제도의 정착

제사는 도덕적 기능과 사회통합, 가족통합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국가와 가정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 기원이 유교적 전통이 강하면서 국가 제례와 가정 제례로 구분하여 실시되고 있다. 유교 제사가 천지의 신, 조상이 포함되지만 일반 가정은 조상에게만 제사를 지낸다.

또한 전통적인 무속과 불교에서도 각각 종교적 특성에 맞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국가적인 제사로 무속과 불교가 중시되었던 신라와 고려는 팔관회를 진행하였고, 유교사회인 조선은 종묘 제례와 성균관 제례를 실시했다.

[종교별 제사 순서]

팔관회(八關會)는 전국가적으로 단일화된 종교의식을 개최하여 중앙집권 체제와 민족적 통합을 지향하는 국가 행사였다. 신라 진흥왕대에 처음 시작되어 토속신을 위한 제사를 행하면서 왕실과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였다.

그리고, 고려시대에 부처를 공양하고 귀신을 즐겁게 하는 모임으로 신앙과 제사, 놀이 등의 국가적인 축제로 변모하였다. 조선의 건국으로 고려문화가 청산되면서 팔관회도 철폐하였다. 유교의례와 관련되지 않은 전통적 토속신앙도 제도적으로 통제하였다.

조선은 유교의 이념인 충과 효의 사상에 따라 왕들의 위폐가 있는 종묘와 유교 성현들의 위폐를 둔 문묘(성균관)에서 국가적인 제사를 지냈다. 종묘(宗廟)는 조상의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묘에 조상의 신주를 두고 침(寢)에 조상의 의관과 생활 용구를 두었다. 조선은 처음에 태조의 4대 조상들에 대한 위패를 두었고, 그 이후에 왕과 왕비, 왕자들의 위패를 봉안했다.

신위는 선왕(先王)이 현재 왕의 직계 존속이라는 전제로 제사가 이루어진다. 만약 새로운 왕의 직계존속이 왕위에 오른 적이 없다면 왕의 부친을 대왕에 추존하여 제사했다. 종묘제는 정기 정제(正祭)와 비정기 고제(告祭)로 나누어서 연 6회 정도를 지냈다. 정제는 대제와 시제로 구분하고, 고제는 새로운 왕의 즉위나 전쟁의 출정 등의 큰 일에 행했다.

문묘는 신라 성덕왕이 국학(國學)에 설치하면서 성균관의 대성전을 중심으로 동무(東廡)와 서무(西廡)를 배치하고 위패를 배향했다. 대성전은 공자, 안자‧증자‧자사자‧맹자의 4성(四聖)과 공자의 제자 10인, 송나라의 주자학자 6인을 배향했다. 동무에 중국 명현(名賢) 47인, 서무에 한반도 명현 9인을 배향했었다. 현재 성균관은 오성, 공문 10철, 송조 6현, 한반도 18현 모두 39명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제사의 권위를 통한 정치적 통합

우리나라에서 현충일은 국가적 희생자를 현양하는 날이지만 정치권력을 정당화하고 국민의 정신적 통합을 도모하기 위한 정치적 장치로 이용되고 있다. 광복 이후 왕권제가 폐지되고 공화제로 바뀌면서 국립묘지가 종묘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또한, 각 종교별로 국가 기념일이 지정되어 팔관회와 문묘 제례를 대신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정령 숭배 전통인 신도식 제사가 국가적 차원으로 확대되었고, 조상의 정점인 천황 중심의 국가적 통합을 지향하면서 가정의 조상신도 국가의 숭배 대상에 포함시켰다. 천황은 신이 되는 의식을 통하여 전국의 신사와 신궁의 신황이 된다. 그리고, 신도의 수장으로 종교적 권위를 부여받아 제사 의례를 주관하고, 국가신도는 종교활동이나 교리를 갖지 않는 초종교가 되었다.

가시하라신궁(橿原神宮)은 초대 천황인 진무를 주신으로 다양한 제사로 종묘와 문묘의 역할을 일부 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국립묘지가 없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황궁 근처의 야스쿠니신사를 중시하지만 A급 전범의 위패를 두고 있다. 그렇지만 주권침탈을 경험한 우리나라와 중국이 정치인의 방문에 반발하고 있다.

제사는 원시적인 제도이지만 현대에도 가장 많이 활용되는 소통과 통합의 수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첨단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제사의 순기능적 역할을 중시하고 있으며, 모든 집단은 제사를 가장 중요한 의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모든 종교는 각각의 변형된 형태로 제사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고대에 불교가 민간 토착신앙을 습합하였고, 근대의 서양의 종교사상을 유불선으로 통합하였다. 국가간 제례의 형식은 서로 다르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전통을 계승하면서 국민을 통합하고 상대국을 존중하고 있다.

[프로필] 구기동 신구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전)동부증권 자산관리본부장, ING자산운용 이사

•(전)(주)선우 결혼문화연구소장

•덕수상고, 경희대 경영학사 및 석사, 고려대 통계학석사,

리버풀대 MBA, 경희대 의과학박사수료, 서강대 경영과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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