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반이 넘는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14일 민생법안들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해놓고 법안 표결에도 불참한 채 지역구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생법안에까지 필리버스터를 하는 전례 없는 일에 나선 데 대한 책임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지난 3박4일 동안 페이스북 등 SNS에 지역구나 개인 활동을 했다고 밝힌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 107명 중 55명으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정을 공개하지 않은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비우고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지역구 단체들의 송년 행사였다. 의원 20명이 각종 송년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4선 윤재옥 의원은 12일 대구 지역 복지관, 13일 지역 장애인협회 송년회에서 축사했다. 재선 박수영 의원은 13일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본회의장을 지키다 부산 남구로 오자마자 송년회에 간다”고 적은 뒤 주말 사이 4곳의 지역구 송년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필리버스터 기간 지역구 당원들을 모아 놓고 연수 행사를 연 의원들은 12명이었다. 원내수석대변인인 곽규택 의원도 13일 국회를 떠나 부산 지역구에서 당원협의회 연수를 개최했다. 산악회 활동에 참여하거나 봉사활동을 한 의원들도 있었다. 조승환 의원은 14일 부산 지역구 산악회 회원들과 경남 양산 배내골에 다녀왔다. 당 사무총장인 정희용 의원은 경북 고령·성주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를 앞장서 주장했던 5선 나경원 의원은 12일 지역구 주민자치회 성과공유회에 참석했다. 부산시장 출마가 거론되는 조경태 의원은 12일 부산항 취항식 행사에 참석하고, 김도읍 의원은 타 지역구인 부산 서·동구 당협 연수에서 강연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 기간 SNS에 개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필리버스터 기간 6시간 단위로 9~10명씩 편성된 본회의장 지킴조 의원들을 제외하면 국회 본회의장의 국민의힘 의원들 자리 대부분은 비어 있었다. 그마저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언 중엔 한 명도 자리를 지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24시간마다 진행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 표결이나 법안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지역구 유권자와 소통하는 것 역시 국회의원의 책무 중 하나지만, ‘8대 악법’을 막겠다며 여야가 본회의 안건으로 합의한 민생법안까지 지연시킨 데 대해선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밤샘 농성처럼) 우리 스스로 힘들게, 자학해서 싸울 필요가 없고 필리버스터 같은 것으로 국회의장과 부의장, 민주당 의원들을 힘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 시간에 맞춰 국회와 지역구를 왕복하는 소동을 벌였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 제출 24시간 뒤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찬성해야 종료할 수 있다. 민주당 역시 사회적 논란이 큰 법안들의 강행 처리를 시도하는 데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필리버스터의 기본 취지는 합의를 통한 입법 과정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라며 “서로를 자극하고 본인들의 선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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