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이자 학기말이다. 필자가 맡은 수업에서도 지난주 기말 프로젝트 발표가 있었다. 한 학기 동안 배운 데이터 분석 방법을 각자 선택한 문제와 데이터에 적용한 결과를 발표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2023년부터 감지된 변화지만 올해 들어 프로젝트 완성도가 특히 눈에 띄게 좋아졌다.
흥미로운 점은 생성형 AI를 쓴 흔적뿐 아니라 누가 AI를 ‘잘’ 썼는지 역시 평가자의 눈에 분명히 보인다는 사실이다. 똑같은 도구를 쥐여줘도 결과물의 격차는 컸다. 어떤 팀은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수업에서 다룬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던 반면 가장 인상 깊었던 팀은 AI가 제안한 심화 방법론을 끈질기게 파고들어 수업 범위를 넘어서는 분석을 해냈다.
이 장면은 교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생에게 AI가 학습 태도를 비추는 거울이었다면 기업에 AI는 조직의 사고 구조를 드러내는 ‘엑스레이’와 같다. 이 투시경을 통해 바라본 기업 현장에서는 올해가 실질적인 성과가 갈라지는 ‘AI 격차(AI Divide)’의 원년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 2년이 ‘탐색기’였다면 올해는 ‘분기점’이다. 2023년과 지난해는 호기심 속에 AI를 도입해 가능성을 시험하던 시기였다면 올해는 그 실험의 성패가 갈리고 격차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격차는 기업 차원에서도 분명하게 관측된다. 맥킨지가 최근 발표한 ‘2025 AI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의 약 88%가 이미 AI를 도입했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AI를 통해 기업 전체의 영업이익(EBIT)을 5% 이상 개선했다고 응답한 이른바 ‘AI 선도 기업’의 비중은 약 6%에 그쳤다. 열 곳 중 아홉 곳이 AI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이를 의미 있는 재무 성과로 연결하는 기업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는 AI가 도입 여부보다 활용 방식과 조직적 준비 수준에 따라 성과를 가른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은 어떠한가.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조직 전반에 AI를 이식하는 사이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출발선에서 망설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 기업 중 생산·운영 등 기업 솔루션 차원에서 AI를 도입한 곳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은행이 6월 집계한 국내 직장인의 생성형 AI 정기 이용률 역시 1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이미 앞서간 주자를 따라잡는 문제를 넘어 더 많은 조직이 어떻게 각자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은 필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기업들의 모습은 사실 이번 학기 강의실에서 목격한 장면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AI를 적극 활용하라”고만 했지 분석의 깊이를 넓히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활용 가이드는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학생들 사이의 격차가 드러났다. 그때 필자가 더 고민했어야 할 질문은 더 많은 학생들이 한 단계 더 깊은 분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어떤 구체적인 길잡이를 제시할 수 있었느냐였을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리더십이 명확한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채 실무자들에게 “AI를 써보라”고만 한다면 그 결과는 격차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AI 선도 기업들은 AI를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자동화의 도구로 보지 않는다. 대신 업무 흐름을 재설계하고 역할을 다시 정의하며 의사 결정의 질과 속도를 함께 끌어올리는 계기로 AI를 활용한다.
다가오는 2026년에는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AI 에이전트’들이 본격적으로 업무 현장에 등장할 것이다. 이제 기업과 정부의 리더들은 ‘도입’을 넘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AI를 통해 무엇을 새롭게 만들고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중요해진다. 대한민국 경제 역시 2026년에는 AI라는 날개를 달고 성장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을 맞이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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