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우려 정당"…이란 동결자금 '법적 보호' 첫 판례 만든 율촌 [Law 라운지]

2025-05-11

우리은행이 미국 경제 제재 대상자인 이란계 은행의 자금 이체 요청을 거절한 게 채무불이행이나 불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우리은행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율촌은 제재 리스크와 ‘권리를 남용하지 못한다’는 민법 제2조(신의성실) 2항을 앞세워 1·2·3심 모두 승소했다.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거나 불공정한 요구를 강요할 수 없다’는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3전 전승이라는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는 국제 제재 환경에서 금융기관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기준을 처음 확립한 판례로, 향후 유사한 분쟁 사건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멜라트은행이 우리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예금반환·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심리 불속행 기각 처리했다. 심리 불속행 기각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이다. 앞서 1·2심 재판부도 멜라트은행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사건은 멜라트은행이 우리은행을 통해 투자한 국내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시작됐다. 멜라트은행은 당시 만기 투자 자금을 자사 명의 계좌로 이체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이행치 않았다. 같은 해 미국 재무부가 멜라트은행을 ‘특별제재대상자(SDN)’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SDN 명단에 오르면 미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 기관과의 거래가 차단된다. 이에 멜라트은행은 우리은행을 상대로 예금반환·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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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변호를 맡은 율촌은 신동찬(사법연수원 26기)를 중심으로 방어진을 구축했다. 특히 미국 제재로 인해 실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특히 달러화 거래나 외환 업무 중단, 계좌 동결 등 은행 전체의 핵심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집중 부각시켰다. 단순히 고객 요청을 거절한 것이 아닌 국제 제재에 따른 심각한 타격을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법리에 맞춰 설득력 있게 제시한 것이다. 또 멜라트은행이 스스로 제재 대상자가 돼 발생한 사태를 우리은행에 책임을 지우려 했고, 그 과정에서 계약상 권리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한 점이 민법 2조 2항에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율촌은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거나 불공정한 요구는 거절할 수 있다는 원칙을 주장했고, 법원이 받아들였다

신 변호사는 “국내 금융기관이 단순히 ‘미국법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제재 우려를 외면하고 거래에 응했다면, 오히려 국제 금융 질서와 국내 자산 모두에 중대한 타격이 될 수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실제 금융 리스크를 고려한 대응이 법적으로도 정당하다는 점을 대법원이 처음 인정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금융기관들이 국제 제재 환경 속에서 어떤 법적 기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율촌에서는이번 판결을 신 변호사의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결과물로 평가한다. 신 변호사는 2020년부터 국제 제재 관련 사건을 도맡아 왔다. 특히 이란 제재 사건에서는 기획재정부를 대리해 금융제재처분의 정당성을 인정받았고, 러시아 SDN 관련 소송에서도 제재 대상자의 청구가 신의칙과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승소하는 등 최고의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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