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욱 편집위원

지난주 제주에서 올해 첫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20일 밤부터 21일 오전 사이 제주시(제주 북부)지역의 최저기온이 27.6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첫 열대야 발생일(6월 29일)보다 9일 빠른 것으로 올해 여름 폭염도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은 역대급 무더위였다. 2024년 6월부터 8월까지 전국의 평균기온은 25.6도로 평년 23.7도마다 1.9도 높았다. 이는 1973년 기상관측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이다. 또한 전국의 평균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평년의 3배를 넘기며 역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무려 39일간 열대야가 이어졌다.
제주지역에서는 같은 기간 평균 기온이 26.3도로 평년 24.5도보다 1.8도 높아 역시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록됐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인 폭염 일수도 평년 3.8일보다 4.3배 많은 16.5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열대야 일수 역시 평년 23.8일보다 2배 많은 48.0일을 기록하며 역대 1위였다.
올해 여름도 지난해 못지않은 무더위가 예상되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여름 기후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60%이며 특히 6월과 7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주변에서 지난해보다 더 많은 건물이 들어서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위를 식혀줄 녹지공간은 점차 사라지고, 건물이 많이 생기니 냉·난방기 사용에 따른 전력과 유류 등 에너지 사용량은 많아졌다. 기온이 내려갈 만한 요인은 찾아볼 수 없고, 해를 거듭할수록 기온이 상승할 요인만 생겨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올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예전에는 여름을 휴가의 계절로 여겨졌다. 50대 후반인 필자의 학창시절만 해도 친구들과 해수욕장을 찾아다녔다. 수영복, 해수욕장, 텐트, 캠프파이어 등이 여름을 대표하는 단어들이었다.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라는 가사의 유행가도 있었다. 그 당시 여름은 낭만의 계절이요, 젊음의 계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재난의 계절’이 돼버렸다. 당시만 해도 경제 사정이 어려운 가정은 겨울나기가 걱정이었다. 연탄이나 보일러 기름 등 난방비가 큰 걱정거리였으며, 난방비 걱정이 없는 여름 나기는 한시름 덜었다.
지금은 그 여름이 단순한 더위가 아닌 폭염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여름은 ‘재앙’으로 다가왔다.
올해 들어 제주에서 5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254명(21일 기준)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서울에서 1명이 사망했다.
지난해(5월 20일~9월 30일)에는 370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도보다 무려 31.4%가 늘어난 수치이다. 사망자 역시 전년도 32명보다 2명 늘어난 3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제주지역 인구 10만명 당 온열질환자 수는 18.3명으로 전국에서 전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온열질환자 대부분은 냉방기가 없는 건설현장이나 농경지 등 실외에서 발생했다.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폭염으로 피해를 입을 지 걱정이다. 제주도는 피서철을 앞두고 해수욕장 등에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한편 온열질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응급의료기관과 함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안전수칙을 알리고 주요 사업장을 점검하는 등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7월과 8월에도 35도를 넘는 무더위가 길고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 모두의 건강한 여름 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