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8)은 우리 팀의 실질적 리더입니다. 제가 그를 얼마나 존경하는지,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31)는 최근 팀 동료 류현진에게 잊지 못할 '빅 허그'를 받았다. 지난 17일 대전 SSG 랜더스전에서 역대 정규이닝 최다인 18탈삼진 신기록을 작성한 뒤였다. 그 기록의 종전 주인은 바로 류현진. 2010년 5월 11일 청주 LG 트윈스전에서 9이닝 동안 삼진 17개를 잡아 15년간 이 기록을 보유해왔는데, 폰세가 이날 그의 눈앞에서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 폰세는 "더그아웃에 돌아오니 류현진이 진심 어린 축하 인사와 포옹을 해줬다"며 고마워했다.
류현진은 한국 야구의 '리빙 레전드'다. 2006년 데뷔와 동시에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을 석권하며 KBO리그를 평정했다. 이후 7년간 한화와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다 2013년 메이저리그(MLB)로 떠났다. MLB에서도 첫 시즌부터 2년 연속 14승을 올리며 정상급 선발 투수로 자리잡았다. 2019년엔 MLB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나서고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하며 최고의 자리에 섰다. 지난해 2월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사인하면서 친정팀으로 금의환향했다. 한화 외국인 투수 통역을 맡고 있는 김지환 씨는 "류현진 선수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를 포함한 모든 외국인 투수들에게 우상과도 같은 존재"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폰세는 "류현진과 같은 팀에 몸담은 건 내게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빅리그에서 10년 넘게 활약하고, KBO리그에서도 수많은 발자취를 남긴 누군가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건 엄청난 기회이자 영광"이라며 "사람들은 주로 내가 류현진과 장난치고 농담하는 모습을 많이 봤겠지만, 내가 얼마나 그를 존경하는지는 잘 모를 거다. 모두가 (이 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폰세는 류현진을 '숨은(subtle) 리더'라고 표현했다. 말이 아닌 존재 그 자체로 선수단을 이끈다는 의미다. 폰세는 "류현진은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고, 모든 경기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선수 하나하나를 응원한다"며 "그는 절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지만, 그가 한화의 리더라는 걸 모두가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류현진은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목소리가 아니라 스스로 모범이 됨으로써 선수들을 움직인다"며 "그가 말을 할 때, 모든 사람이 듣게 되는 힘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