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30년물 5% 육박…독일·영국·프랑스·일본도 최고치 기록 경신
한국, 정치 불안·재정 리스크 상대적으로 우호…잠재성장률 비관 우려도
최근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 한국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유독 덤덤한 흐름을 보여 배경이 주목된다.
4일 연합인포맥스 등에 따르면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2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3.5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96%로 2개월 만에 다시 5%에 육박했다.

영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5.7bp 오른 연 5.69%로 1998년 5월 이후 27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독일 국채 30년물 금리도 5.1bp 오른 연 3.41%를 나타내 201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프랑스 국채 30년물 금리 역시 전일 대비 4.9bp 오른 연 4.51%로 마감하면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일본도 국채 30년물 금리가 전날 오전 한때 전장 대비 6.2bp 상승한 연 3.28%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상태다.
반면 한국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전날 오후 종가 기준 연 2.820%였다.
이는 연중 최고치로 전 세계 장기채 금리 급등세에 연동된 측면이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상승 폭이나 금리 레벨 자체는 높지 않다.
2012년 도입된 국고채 30년물의 금리 사상 최고치는 2022년 10월 21일의 연 4.391%로, 현재 금리 수준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상대적으로 눌려있는 배경은 현재 다른 주요국들의 장기채 금리 급등 배경과 맞닿아있다.
우선 미국의 경우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해임하겠다고 밝히자 연준 장악 시도가 현실화하면 금리 인하 압박 속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최근 항소심 판결이 관세 수입 감소와 재정적자 확대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금리를 더 끌어올렸다.
영국과 독일 역시 막대한 국채 발행 규모와 재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장기채 금리를 밀어 올렸고, 프랑스는 재정 우려에 더해 정치적으로 내각 해산 가능성까지 제기돼 금리가 급등했다.
일본도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 후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 대한 퇴진 압박이 거세지며 정치적 혼란이 가중된 것이 금리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에 비해 한국은 계엄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현재 어느 정도 수습됐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아직 50% 수준(올해 49.1%)에 그쳐 재정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고 국채 신뢰도가 높은 점이 금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수급 차원에서 보험사가 든든히 뒷받침해주고 있는 점도 배경이 됐다.
통상 보험계약이 장기인 만큼 부채 듀레이션(실질 만기)도 길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초장기물에 투자해 자산·부채 간 듀레이션 차이를 줄여 관리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장기채권 발행에서 국고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보험사가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이 국고채 30년물 등으로 한정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고채 장기물 금리 상승 제한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요 선진국들의 국채 장기물 금리 급등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깔려있는데, 어쨌든 인플레이션은 명목 GDP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라며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선진국 대비 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금리에 반영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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