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오전 11시 서울시 금천구의 한 화원. ‘꽃과생활’이란 간판을 단 이곳에 들어서니 분홍색 호접란과 붉은 장미, 연두색 수국, 노란색 ‘폼폰’ 국화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박성숙 대표(65)는 꽃가위로 카네이션 줄기 밑 부분을 다듬고 있었다. 해당 카네이션은 염색해서 어버이날(5월8일) 대목에 판매할 것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처음 주어진 임무는 매장 앞에 쌓여 있던 자갈 포대를 매장 뒷마당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포대를 옮기다보니 매장 내 카네이션 상자들이 즐비했다. 상자엔 ‘品名-康乃馨(품명- 카네이션)’이라는 중국어가 적혀 있었고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는 영어 글귀가 쓰인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박 대표는 “오늘 아침에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호남선 꽃시장에서 중국산 스탠다드(줄기 한대에 하나의 꽃만 피우는 형태) 카네이션을 한단당 6500원∼1만원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장소에서 팔리는 국산 카네이션은 1만4000원으로 가격 면에서 중국산이 40∼60% 저렴하다보니 화원에서 중국산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사지’ 만들기도 했다. 코사지는 옷이나 몸을 장식하기 위해 조그맣게 묶은 꽃다발이다. 스탠다드 카네이션에 안개꽃·스타티스·루스커스를 철사로 고정해 플로랄테이프로 감으면 완성이다. 코사지용 카네이션은 주황·분홍·노랑 등 색이 화려했다. 원산지를 물어보니 콜롬비아산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박 대표는 “아침에 콜롬비아산도 (호남선 꽃시장에서) 같이 구매했는데 한단당 1만6000∼2만원으로 국산보다도 가격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색상의 카네이션을 원하는 추세라 많은 화원에서 비싸더라도 콜롬비아산을 선호한다”며 “소비자들이 꽃을 구매할 때 가격·색상·품종 등을 따지지, 원산지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수시간 동안 화원에 찾아온 소비자 가운데 국산 카네이션을 달라고 말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오후 5시, 업무를 마무리하며 박 대표에게 이날 취급한 카네이션의 국산·외국산 비율을 물었다. 영수증을 확인한 결과 전체 카네이션 수량 40단 가운데 국산은 2단뿐이었다. 박 대표는 “고생했다”며 여자친구 선물용으로 꽃다발을 만들어줬다. 파스텔 색조의 주황색 카네이션과 분홍색 장미, 시레네(끈끈이대나물) 등이 있었다.
저녁에 만난 여자친구는 꽃다발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무슨 꽃이냐고 물으며 꽃말을 휴대전화로 검색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원산지가 어디냐고는 묻지 않았다. 대목을 날렸을 국산 카네이션농가들이 떠올랐다.
정진수 기자 cur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