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를 들이마시는 습관이 있으면 ‘유착성 중이염’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조선대병원 이비인후과 남기성 교수와 강남세브란스병원 배성훈 교수 연구팀은 유착성 중이염에서의 이관(유스타키오관) 기능장애에 관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이비인후과-두경부 수술(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에 게재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진은 고막이 두꺼워지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유착성 중이염의 발병에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유착성 중이염은 중이염이 반복된 탓에 고막이 원래 위치에서 벗어나 점점 안쪽으로 끌려 들어가거나, 중이에 있는 주변 신체 조직과 비정상적으로 들러붙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정상적인 고막은 얇고 유연해 소리를 잘 전달하지만 유착성 중이염이 생기면 고막이 두꺼워지거나 위축·유착되는 등의 변화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전까지는 중이와 코 뒷부분 비강을 연결하는 이관이 막히면서 유착성 중이염을 유발한다고 여겨 왔으나 이번 연구에선 이관이 비정상적으로 개방됐을 때도 이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 유착성 중이염 환자의 43%는 이관이 비정상적으로 열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92%는 습관적으로 코를 들이마시는 행동을 반복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런 행동이 음압을 유발해 중이에 있는 구조물에 손상을 일으킨 결과 유착성 중이염이 생길 위험을 높였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를 통해 유착성 중이염뿐 아니라 난청과 진주종성 중이염 등 다른 만성 귀 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도 이관의 폐쇄 또는 개방 여부 등을 정밀하게 구분하는 진단 체계의 필요성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습관적으로 코를 들이마시는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남기성 교수는 “만성적인 귀 먹먹함, 이명, 중이염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중이 문제가 아니라 이관 기능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정밀한 검사와 진단이 필요하다”면서 “이관이 비정상적으로 열려 있는 환자에게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을 넓히는 시술을 시행하면 증상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시술 전에 이관 기능 검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