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군이 파죽지세로 공세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내분이 심화하고 있다. 공습 초기 유연한 대처로 러시아군을 방어해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군 일반 사병과 고위 간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구소련 시절에 뿌리를 둔 경직된 하향식 전투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사상자가 늘고 있고, 사기가 깎여 병력 모집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병사들은 장교들이 성공 가능성이 없는 정면 공격을 명령하면서도, 이미 포위된 부대의 후퇴와 병력 구조 요청은 거부한다고 불평했다. 이들 사이에선 “대소련(러시아)군이 소소련(우크라이나)군을 이길 것”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온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군 상층부를 공개 비판하는 일도 벌어졌다. 올렉산드르 쉬르신 대위는 페이스북에서 “군 고위 간부들이 어리석은 명령 내린다”며“여러분(군 상층부)의 자녀도 보병으로 복무해 임무를 완수하길 바란다”고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부대가 비현실적인 공격을 개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이 진격한 쿠르스크 지역에서 이미 많은 병사가 전사했는데도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소련식 훈련 받은 장교들, 현대전 이해 못해”

병사들은 고위 지휘관들이 “영토를 잃은 책임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병력이 포위당해도 후퇴를 승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고향에 있는 친구와 가족에게도 “군에 입대하지 말라”며 경고한다. 키이우 출신의 한 50세 남성은 올 초 자원입대했지만, 제대로 된 훈련을 받는 대신 장작을 모아야 했다고 WSJ에 말했다. 이 남성을 비롯해 수만 명의 병사가 부대에서 무단 이탈하거나 탈영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군에서 벌어지는 이런 문제는 원래 러시아군에서 나타탄 일이었다. 원래 러시아군은 병사를 ‘일회용’으로 취급하며 비효율적인 전술로 전쟁 초기에 수적 우위에 있음에도 결정적인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WSJ는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보다 (달리 수적으로 열세에 있어)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우크라이나군의) 참모 본부에는 여전히 소련식 군대에서 훈련받은 장교들이 많다”며 “군이 빠르게 확대되며 많은 이들이 퇴역 후에도 끌려 왔으며, 이들은 빠르게 진화하는 첨단 드론 전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