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전경. / 사진=뉴시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홍보비 집행 담당자가 6년간 공단 홍보비 약 29억원을 자신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챙긴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공단이 업체의 허위 계약서를 면밀히 보지 않고 대출 상환 특약을 두 차례 연장 및 삭제해 결국 27억원을 손실 처리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17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중진공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연간 4조6000억원의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융자하는 중진공의 주요 사업과 기관 운영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정기감사를 실시했다"며 "특히 코로나19(COVID-19) 상황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대출금 관리 등 주요 업무와 예산·복무 등 내부통제 기능을 중점적으로 진단 및 점검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중진공 홍보비 집행 담당자 A씨는 2018년 2월~2024년 6월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퍼컴퍼니나 지인 B씨의 업체를 홍보대행사로 지정하고 사실상 수의계약 방식으로 홍보비 75억원을 집행했다. A씨는 광고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채 증빙서류를 위·변조하는 방식으로 홍보비 75억원 중 29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중진공은 부실한 내부통제로 인해 이러한 비위 사실이 수년에 걸쳐 발생했는데도 알지 못했다"며 "홍보비 집행 관련 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자 5명에게 주의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중진공은 업체가 제출한 사실상 허위의 계약서에 대한 검토 없이 이를 근거로 대출 상환 특약을 연장·삭제해 대출금을 상환받을 기회를 놓쳐 27억원을 손실 처리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중진공은 2019년 3월 C사의 기술성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C사의 전환사채(CB)를 50억원에 인수하고 해당 금액을 대출금으로 지원하는 '성장 공유형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C사가 2019년 10월 말까지 130억원을 초과하는 납품 계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해당 자금을 상환하도록 특약을 넣었다.
C사는 2019년 계약금과 납품 기한이 기입되지 않은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며 특약 이행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중진공 업무 담당자들은 이를 근거로 특약 기한을 2020년 3월 말까지 연장했고 유사한 형태의 계약서를 근거로 2020년 12월 말까지 한 차례 더 특약 기한을 연장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2021년 5월 C사의 전환사채 보유 기대수익을 과다 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당 특약을 삭제했다. C사는 2022년 11월 법정 관리에 돌입했고 중진공은 27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감사원은 "성장공유형 대출의 사후관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중 1명은 인사혁신처에 인사자료를 통보하고 2명은 주의 요구했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