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딜러 업계, 삼중고 직면
"재고 증가 · 수요 약화 · 관세 부담"
JP모간, GPI SAH ABG 투자의견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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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미국 자동차 딜러 산업이 하반기 들어 전례 없는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월가에서 제기됐다. 팬데믹 특수로 호황을 누려온 자동차 소매업계가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 관세 부담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며 구조적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 JP모간, 주요 딜러주 투자의견 일제히 하향 조정
월가 대표 투자은행 JP모간은 17일(현지 시각) 미국 프랜차이즈 자동차 소매업계를 강타할 복합 리스크를 경고하며 주요 딜러 주식들의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JP모간은 이날 그룹 원 오토모티브(GPI)를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소닉 오토모티브(SAH)를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애즈베리 오토모티브(ABG)를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반면 리시아 모터스(LAD)에 대해서는 '비중확대'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투자의견 조정 발표 직후 딜러주들은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그룹 원 오토모티브는 전일 대비 8.64% 하락한 406.1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고, 소닉 오토모티브는 10.41% 급락한 76.30달러를 기록했다. 애즈베리 오토모티브도 7.49% 하락한 229.52달러로 장을 마쳤다. 투자의견이 유지된 리시아 모터스조차 동반 하락세에 휘말려 7.12% 떨어진 307.66달러를 나타냈다.
◆ 펀더멘털 약화에도 주가 괴리 현상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이 지적한 핵심 문제는 기업의 기초 체력과 주가 간의 괴리 현상이다. 이들은 "2분기 실적이 예상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지만 펀더멘털이 약화됐다"며 "딜러 주식이 기본 추세와 괴리되었다"고 분석했다.
마진 압박과 판매 성장 둔화의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딜러 주식들은 더 넓은 소매 벤치마크보다 나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시장이 업계의 구조적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JP모간은 "차량 마진에 대한 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며, 밸류에이션의 추가 상승 여지가 제한적"이라며 "그룹 전체에 대해 평균적으로 약 10%의 주가 하락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단기적으로 수익 성장을 지원할 촉매제가 거의 없다는 점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의 이중 압박 구조
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다. 신차 공급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소비자 수요는 압박의 징후를 보이고 있어 가격과 단위당 이익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딜러들의 마진 압박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으로 딜러들의 안정적인 수익원 역할을 해온 부품 및 서비스 부문도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부품 및 서비스 수익은 당분간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높은 리콜 관련 활동이 감소함에 따라 연말까지 전년 대비 비교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는 딜러들이 신차 판매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의존해온 애프터마켓 서비스 부문에서도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업계 전반의 수익 구조 다변화 전략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
◆ 트럼프 관세 정책의 이중적 파급효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은 딜러 업계에 복잡하고 상반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세 부과는 단기적으로는 중고차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업계 전반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모간 스탠리의 아담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관세 부과로 인한 중고차 가격 상승은 딜러 주식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맨하임 중고차 가치 지수에 따르면 6월 중고차 가격이 전월 대비 2%, 전년 대비 6%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나스는 이러한 가격 상승이 관세 영향과 신차 및 중고차 모두에 대한 공급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관세가 전면 시행되기 전 소비자들의 선구매 패턴과 9월 전기차 세금 공제 폐지를 앞둔 '사전 구매' 현상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14개 글로벌 무역 파트너에게 관세 서한을 보내는 등 무역 전쟁의 불길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50%로 두 배 인상했는데, 이는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업체와 딜러들에게 직접적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개별 업체별 명암 뚜렷
① 그룹 원 오토모티브: 견조한 기본기 vs 성장 한계
1995년 설립되어 텍사스주 휴스턴에 본사를 둔 그룹 원 오토모티브(GPI)는 미국과 영국에서 자동차 소매업을 영위하는 대형 딜러다. 신차 및 중고차, 경트럭 판매부터 차량 부품, 서비스, 보험 계약, 차량 금융 주선, 자동차 유지보수 및 수리 서비스까지 종합적인 자동차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JP모간은 그룹 원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목표주가도 435달러에서 415달러로 낮췄다. 회사의 수년간 견조한 실행력을 인정하면서도 향후 성장 한계를 우려한 조치다.
JP모간은 그룹 원의 기술 인력 증대와 기존 인력 최적화를 위한 부품 및 서비스 이니셔티브가 수익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경쟁 압력이 심화되고 자동차 파크 역학 관계가 불리하게 바뀌면서 이러한 이니셔티브로부터의 점진적인 성장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룹 원은 2025년 1분기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0.17달러로 월가 예상치 9.56달러를 웃돌았고, 매출은 55억달러로 예상치 53억4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영국 내 딜러 네트워크 확장 및 비용 관리 개선과 같은 전략적 이니셔티브가 견조한 실적에 기여했다.
현재 그룹 원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CNBC 집계에 따르면 10개 투자은행 중 3곳이 '강력 매수', 3곳이 '매수', 4곳이 '보유' 의견을 제시했다. 목표주가 평균은 479.43달러로 현재 주가에서 18.06% 상승 여력을 나타낸다.
▶②편에서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