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스트 테스트 / 황인규 / 산지니 / 296쪽 / 1만 9800원
글쎄요, 인간보다 더 똑똑한 존재가 있을까요/ 진화가 지능을 선택했다면 앞으로도 진화를 담당하는 것은 인간밖에 없지 않을까요/ 구 박사가 반문하자/ 우주는 자신보다 더 똑똑한 지능을 창조하는 쪽으로 나아간다고 랭글러 박사는 답했다. (본문 中)
과거와 미래, 동서양을 넘나드는 상상력으로 서사를 빚어내는 황인규의 소설집 '고스트 테스트'가 출간됐다.
이번 신작에서 황인규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과거의 흔적이 현재와 미래의 인류에 어떤 메시지를 남기는지를 탐구한다.
표제작 '고스트 테스트'는 약 백 년 후 미래를 배경으로 사이버 공간과 현실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다. 컴퓨터와 인공지능, 로봇 프로그램이 자유의지를 지녔는지를 판별하는 ‘고스트 테스트’를 둘러싸고 안보국 요원과 개발자가 대립한다.
인간과 가상 존재의 경계를 넘어서는 질문을 통해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지를 묻는다.
'인류 비행에 관한 몇 개의 보고서'는 8세기부터 22세기에 이르는 인간의 비행 도전을 서간 형식으로 풀어낸다. 압바스 이븐 피르나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이트 형제, 유리 가가린 등 역사 속 인물에서부터 미래의 우주비행사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좌절과 성공을 오가며 인류의 도전 정신을 보여준다.
'미지의 항해'는 17세기 동인도회사 선원들의 신항로 개척을 둘러싼 모험과 갈등을 그린다. 선장이 새로운 항로를 시도하며 위기를 맞는 과정은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드러낸다.
'만남'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장수들이 진주성 전투를 앞두고 선택과 신념을 두고 대립하는 장면을 통해 정체성과 의무를 묻는다.
황인규는 이처럼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서사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고스트 테스트'는 SF적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을 교차시켜 독자에게 새로운 시공간 속 모험을 체험하게 하는 동시에 지금 우리가 직면한 고민과 미래의 가능성을 성찰하게 만든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