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 첫 전파를 탄 TV홈쇼핑은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 총 취급고는 19조3423억원을 기록했다. 5년 만에 20조원 아래로 추락했다. TV홈쇼핑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TV홈쇼핑은 한때 '방송과 유통의 결합'이라는 '혁신'으로 평가받았다. 전화 한 통으로 주문이 가능한 '방송 커머스'는 당시로서는 첨단의 상징이었다. 제조업체에 새로운 판로를 열어주고, 수많은 중소기업 제품을 전국 소비자에게 소개했다. 산업으로서의 홈쇼핑은 한국 유통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30년간 시장의 흐름에 맞서 살아남은 산업은 많지 않다.
그러나 시장 규모는 정체됐고, 시청자는 급감했다. TV를 대체한 스마트폰에 빠진 시청자들은 TV홈쇼핑 주문 전화 대신 쿠팡에서 '로켓배송'을 누르고 있다. 송출수수료 부담은 해마다 증가한다. 사업권 재승인 등 구조적 난제도 여전하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TV홈쇼핑이 어느새 '돈이 안 되는데, 돈은 계속 나가는' 사업으로 전락해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현재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규제 완화, 중소기업 전용 채널 신설, 송출수수료 상생 방안 등을 포함한 '홈쇼핑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V홈쇼핑 업계의 절박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지원만으로는 산업 체질을 바꾸기 어렵다. 이같은 정부 대책을 미래 성장을 위한 디딤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TV홈쇼핑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TV를 보지 않는다.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된 30초 미만 영상으로 제품을 경험하고, 터치 한 번으로 구매한다. 단순히 '보기만 했던 쇼핑'이 '참여하는 쇼핑'으로 전환한 셈이다.
인공지능(AI)은 이 같은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1시간 이상 분량 방송을 30초 안팎 숏폼(짧은 길이 영상 콘텐츠)으로 자동 편집해주는 AI 기술은 이미 국내외 플랫폼에서 상용화됐다. 콘텐츠 생산비를 낮추면서 노출은 극대화하는 'AI 커머스' 시대에 들어섰다.
TV홈쇼핑도 이같은 첨단 기술과 콘텐츠 전략으로 품어야 한다. TV는 물론 T커머스, 모바일 라이브방송, 유튜브·틱톡 같은 동영상 공유 채널까지 하나로 통합하는 '원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 그동안 축적한 소비자 데이터베이스(DB)를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방송 제작부터 판매, 배송,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AI와 데이터로 혁신해야 할 때다.
변화는 이미 TV홈쇼핑 업계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주요 사업자가 앞다퉈 AI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 차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만난 업계 관계자는 자신들을 '홈쇼핑'이 아닌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으로 불러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통상 30년은 한 세대를 뜻하는 세월이다. TV홈쇼핑이 미디어와 커머스의 경계를 허물고, 판매를 넘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차세대 유통 플랫폼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한 세대를 만들길 기대한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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