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가 고정된 유산으로 머물지 않고 ‘살아있는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과 ‘현대적 라이프스타일로의 침투’를 꼽는다. 근무복으로 입을 만큼 편안한 한복, 태블릿으로 보고 듣는 다국어 전래동화처럼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이 추진하는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사업은 이러한 변화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전통문화 혁신이용권은 전통문화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혁신, 플랫폼 구축, 디자인 개선 등 기업에 필요한 서비스를 바우처(이용권) 형태로 지원하여 전통문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올해 우수한 성과를 거둔 ▲아티스트메이드와 ▲주식회사 한결문고는 각각 패션 기술(Fashion-Tech)과 에듀테크(Edu-Tech) 분야에서 공급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전통문화 비즈니스의 지평을 넓혔다.
아티스트메이드: “상상을 현실로”… AI 기술 입은 한복 유니폼
아티스트메이드는 기술을 매개로 한 패션 융합 디자인 기업이다. 특히 이들이 운영하는 유니폼 주문 제작 서비스 ‘유니버스오브유니폼(UOU)’은 기업들이 브랜딩에 맞춘 유니폼을 보다 직관적으로 기획 및 주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맞춤형 유니폼 시장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실물 샘플로 확인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그리고 완성된 모습이 고객의 상상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티스트메이드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AI 솔루션 전문 공급기업 ‘저스트빌드’와의 협업이 주효했다.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사업의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으로 만난 양사는 디자이너가 구상한 3D 유니폼 이미지를 높은 정확도로 실사화하는 AI 생성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이제 고객은 복잡한 샘플 제작 과정 없이도, 직원이 입게 될 한복 유니폼의 착용 모습을 3D 시뮬레이션으로 미리, 그리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브랜딩과 상품군 확장도 병행했다. 디자인 공급기업 ‘투플러스’와 협력해 사무직, F&B, 뷰티 등 다양한 직군에 특화된 한복형 유니폼 시제품 10종을 개발하고, 전용 패키지 디자인을 완성했다.
기술과 콘텐츠가 결합하자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프리미엄 한식당 승지원과 JW 메리어트 제주 등의 신규 수주를 잇달아 확보하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아티스트메이드 측은 “AI 기술 도입으로 고객 설득 과정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라며 “구축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글로벌 B2B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결문고: 종이책 넘어 ‘K-스토리’ 글로벌 플랫폼 되다
주식회사 한결문고는 한국의 설화와 민담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동화 콘텐츠 ‘코티(KOTI)’ 시리즈로 선보이는 기업이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아랍어 등 7개 언어를 지원해 다문화 가정과 교육 현장에서 호평받았지만, 오프라인 출판물 중심의 사업 구조는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한결문고는 ‘콘텐츠의 디지털화’를 통해 전환점을 마련했다. 홍보마케팅 전문 공급기업 ‘리사컴바인드’와 손잡고 반응형 웹사이트 구축과 숏폼 콘텐츠 제작에 나선 것이다. 단순한 온라인 서점이 아닌, QR코드와 연동하여 애니메이션과 오디오북을 언제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만들었다.

SNS 홍보도 강화했다. 유튜브 쇼츠 등 SNS 환경에 최적화된 하이라이트 홍보 영상 100편을 제작·배포해, 조회수 3만 회를 돌파하고 브랜드 검색량이 50%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인지도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져, 교육기관 및 도서관 납품 문의가 이어지며, 월평균 매출이 1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자도서관 플랫폼 ‘부커스(BOOKUS)’와의 연계를 통해 유통 채널을 다각화한 점도 눈에 띈다. 한결문고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단순 출판사를 넘어 ‘전통문화 스토리 플랫폼’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라며 “다국어 콘텐츠라는 강점을 살려 해외 한국어 교육 시장 등 글로벌 무대로 진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장동광 원장은 “전통문화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기술과 결합한다면, 한국을 넘어 세계로 확장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라며, “전통문화 혁신이용권을 통해 더 많은 전통 기업이 이러한 신시장 기회를 발굴하고 확장해 나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협조로 진행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