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테이블]은 글로벌 미식 중심지인 싱가포르에서 'K-푸드'가 어떻게 확장되고 재해석되는지를 살펴보는 기획 시리즈다. 한식당 'NAEUM(내음)'의 미슐랭 선정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타결된 제주산 소·돼지 수출이 K-푸드의 확장력을 보여준다. <뉴스핌>은 싱가포르 현장에서 확인한 K-푸드의 확산 움직임을 짚어보고, 아세안 시장에서 어떤 기회를 맞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싱가포르=뉴스핌] 이정아 기자 = 제주산 한우와 돼지고기의 싱가포르 수출길이 열렸다.
한-싱가포르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간 축산물 위생·검역 협상이 타결되면서 그동안 검역 장벽에 막혀 있던 제주산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싱가포르 시장에 공식 진출하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주특별자치도청과 함께 제주항에서 제주산 한우·돼지고기 첫 수출을 기념하는 선적식을 열었다. 이날 제주산 한우와 돼지고기는 싱가포르를 향해 출항에 나섰다.
초도 수출 물량은 한우와 돼지고기 4.5톤(약 2억8000만원) 규모다. 이번 수출은 축산물 수입 기준이 엄격한 싱가포르가 우리 한우와 돼지고기의 안전성과 검역 체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농식품부는 지난 2016년부터 제주도청과 협력해 싱가포르 당국과 수출 협상을 이어왔다.
특히 지난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총회에서 제주도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획득한 점은 이번 수출 타결의 핵심 계기로 작용했다.
이어 11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싱가포르 간 위생·검역 조건이 최종 타결되며 수출 절차가 마무리됐다.
올해 농식품부로부터 해외 우수 한식당으로 지정받은 싱가포르 '서울 레스토랑'은 이번 검역 타결의 변화를 반기는 곳 중 하나다.
싱가포르에서 20년 넘게 운영돼 온 이곳은 현지에서 코리안 바비큐를 대표하는 한식당으로 꼽힌다.
서울 레스토랑은 코리안 바비큐가 주메뉴이지만, 고기는 미국산 프라임 비프, 호주산 와규, 일본산 와규를 혼합해 사용해 왔다.
이혁기 서울 레스토랑 대표는 "손님들에게 한국 한우가 있느냐는 질문을 매번 받을 때마다 곤란했다"며 "그러나 이번 검역 타결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곧 매장에서 한우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와규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1kg당 100싱가포르달러(SGD·약 11만원)를 넘는 고급 육류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우만의 장점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한우도 한우의 맛이 있어 일본 와규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레스토랑이 제주산 한우·돼지고기 수입을 환영하는 이유는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서울 레스토랑은 코로나19 이후 존폐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대형 자본과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대거 유입되면서 기존 한식당들은 설 자리를 잃어갔다.
이 대표는 "최근 2~3년 전만 해도 식당을 계속 이어갈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지난 25년간 식당을 지켜내신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버텼다"며 "차후 싱가포르에서 한국 바비큐 식당 1위 자리에 오르자는 목표를 생각하며 버텼다"고 말했다.
한식당 최초로 5성급 호텔(콘래드)에 입점한 서울 레스토랑은 내년 두 번째 브랜드를 선보인다.
이 대표는 "두 번째 브랜드가 출시되는 시점에 제주산 한우·돼지 수입으로 경쟁력을 갖춘 것 같다"며 "소식을 듣자마자 유통사를 통해 바로 계약까지 마쳤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한우와 한돈이 싱가포르 시장에서 일본 와규를 넘는 선택지로 자리 잡는 걸 현장에서 직접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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