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한국 정부에 “본국 돌아간 결혼이주여성·자녀 보호하라” 권고

2025-05-21

유엔이 한국 정부에 본국으로 귀환한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한국 남성과의 혼인 관계가 해소된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게끔 지원하라고도 권고했다.

21일 사단법인 유엔인권정책센터(KOCUN)에 따르면, 제115차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지난 9일 한국 정부의 인종차별철폐협약 이행 현황에 관한 최종 견해를 발표하며 이같이 권고했다.

최종 견해를 보면 CERD는 “대다수가 여성인 결혼이주자에게 부과되는 여러 제한이 자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이들의 평등권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체계적으로 저해받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CERD가 문제 삼은 대목은 결혼이주여성이 혼인 관계가 해소된 이후 한국에서 안정적인 체류 자격을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은 이혼을 하게 되면 제한적인 경우에만 한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다. 한국인 배우자의 귀책 사유로 이혼한 경우, 한국 국적인 미성년 자녀가 있어 면접 교섭권을 행사하는 경우 등이다.

이에 대해 CERD는 “자녀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든 없든, 많은 결혼이주여성이 언어 장벽과 복잡한 행정 절차, 과도한 비용 등으로 인해 이혼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CERD는 한국 정부에 ▲결혼 해소 사유, 자녀 양육 여부, 한국인 배우자의 부모 부양 여부와 무관하게 결혼이주자가 독립적으로 체류 기간을 연장하고 귀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영주권 및 귀화 절차를 간소화할 것 ▲이주 여성이 체류 자격에 관계없이 성별 기반 폭력을 신고하고, 안정적인 체류 자격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것 ▲본국으로 돌아간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의 규모 및 상황을 출신 국가별로 조사하고, 그들의 권리와 지위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 등을 권고했다.

CERD가 한국에 관한 견해를 밝힌 건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2019년에도 귀환한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를 두고 올해와 유사한 권고가 나온 바 있다. 이 문제가 지난 6년 동안 크게 개선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19년 CERD는 귀환한 결혼이주여성에게 이혼 절차 및 자녀 양육에 관한 적절한 행정적·사법적 지원을 확대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의 역사가 길어진 만큼 이들의 혼인관계가 (사실상) 끝난 사례도 누적되고 있다. 자녀를 데리고 본국으로 돌아간 여성도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되나, 이들의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된 바 없다. 그 자녀인 한국 국적 아동이 양쪽 정부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는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유엔인권정책센터는 “이번 최종견해는 2019년 권고가 여전히 이행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국제사회가 이 사안을 중대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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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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