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디지털 정부 혁신과 민간 클라우드 활용

2025-06-19

2025년 6월 19일은 우리나라 디지털 정부 역사에서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정부의 정보기술(IT) 인프라 운영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과 국가 보안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정보원이 협력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민간에 본격 개방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의 주요 디지털 정부 시스템들은 보안, 운영 기법 등을 이유로 정부 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안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KT 클라우드와 삼성SDS 클라우드 2개사의 서비스가 '국가 클라우드 컴퓨팅 보안 가이드라인'에서 정한 '상'등급 보안 검증을 통과함으로써 비로소 '정부24' '홈택스' 등 주요 서비스들도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검증을 통과한 2개사 서비스는 국정자원 대구센터 내에 있지만, 보안이나 네트워크 일부 시설을 임차해 사용할 뿐 각 사가 자사 서비스를 독립 제공하는 '민관협력형(PPP) 클라우드'에 입점해 있다.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할 때 장점은 무엇일까? 첫째, 디지털 정부 서비스 안정성과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기관별로 역량 차이가 크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는 현실에서 민간의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정 수준 이상 안정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인공지능(AI)이나 클라우드와 같이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투자 규모가 큰 분야는 민간에서 검증된 서비스를 사용하고 이용료를 지급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투자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셋째, 정부가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는 것보다 서비스 수요를 창출해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이 AI·클라우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더 효과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 클라우드의 민간 서비스 이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폈다. 예를 들어 단순 홈페이지처럼 요구 사항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안 '하'등급으로 분류된 서비스는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CSAP)을 받은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1만6000여개 공공 시스템 중 민간 클라우드 이용 비율은 10%에 그친다. 나머지 7%는 정부 전용 데이터센터인 국정자원에, 83%는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나 소규모 전산실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이같이 민간 클라우드 이용이 저조한 이유는 우선 '중'등급 이상 시스템에 필요한 보안 요건을 갖춘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간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환경이었다는 얘기다.

정보화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선 어차피 '상' 또는 '중' 등급 서비스를 관리하기 위해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데, 일부 '하'등급 서비스만 민간으로 이전하는 것이 비용만 상승시킨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 공공 부문 정보화 사업 제도와 관행이 주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구매부터 애플리케이션(앱) 개발까지 한 번의 외주계약을 통해 구축하고, 유지보수 사업으로 관리하는 것도 문제다. 이 경우 이용료를 지불하고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활용하는 민간 클라우드 방식이 기존 계약이나 사업 관리, 회계 처리 방식과 맞지 않아 도입을 망설이게 한다.

마지막으로, 시설과 장비를 소유한 채 외주 인력을 감독하고 운영해야 안심하고, 조직과 예산을 지킬 수 있다는 일부 공무원의 잘못된 인식이 민간 이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중 보안 요건을 갖춘 민간 클라우드가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 국정자원 PPP 사업이다.

검증을 통과한 2개사 외에 NHN 클라우드도 사업에 참여해 심사가 진행 중인 만큼, 곧 3개사가 경쟁하는 체계가 완성될 것이다. 애초 PPP 사업을 추진한 목적은 국정자원 시설을 임차해 활용하면 민간 클라우드 기업이 별도 고정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중'등급 이상의 공공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 3개사 클라우드에는 10개 기관의 20개 디지털 정부 서비스가 개발 중이고, 곧 서비스가 개시될 것이다. 이들은 모두 PPP가 없었으면 각 기관의 데이터센터에 구축할 수밖에 없는 '중'등급 서비스다.

나머지 두 가지 애로사항인 민간 이용에 따른 불안감이나 제도 정비 등은 성공 사례를 지속 확대해서 해소할 수 있다.

우선 메일이나 메신저, 전자결재, 영상회의 등 업무에 사용하는 공통 협업도구들은 기업들도 사용하는 민간 서비스를 활용하면 된다. 그동안은 보안상 이유로 자체 전산실에 공무원 전용의 메일 시스템이나 영상회의 시스템을 따로 구축하고 유지보수해 왔다. 이는 별도 구축·운영비가 소요될 뿐 아니라, 민간 서비스에 비해 편의성이나 성능도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보안에 문제가 없는 PPP 환경에서 민간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물론, 민원, 조세, 조달, 치안 등 정부에만 존재하는 서비스는 대체할 수 있는 민간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직접 개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경우도 각 기관은 업무 전문성이 요구되는 앱 개발과 데이터 축적·활용, AI 모델 개발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공통 인프라인 서버, 그래픽처리장치(GPU), 네트워크 등은 클라우드 기업의 서비스에 가입해 활용하는 방식이 더 많아질 것이라 예측된다.

PPP에서 비롯된 이러한 혁신 사례가 확산하고 시장이 검증되면, 민간 클라우드 기업들은 자사 시설에 보안 투자를 하고 '중'등급 이상의 공공 서비스 운영이 가능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AI컴퓨팅센터도 앞으로는 이 같은 공공 부문의 AI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는 역할도 일부 수행하는 것을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국정자원은 이 같은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 내 클라우드 전문기관으로서 IT 인프라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는 기존에 해왔던 직접 운영 업무를 효율화하면서 민간에 설치될 공공 클라우드 존의 지정과 검증, 클라우드 수요 조사와 예산 확보, 민간 클라우드 통합 계약과 발주, 보안과 관제 업무 수행 등 이용기관이 안심하고 민간 클라우드를 활용하도록 새로운 역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것이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라는 새 정부 철학에 부합할 뿐 아니라, AI·클라우드 주권을 지키며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확대하는 AI·클라우드 성장 전략에 이바지하는 길일 것이다.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 jy41lee@gmail.com

〈필자〉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에서 IT 거버넌스를 주제로 경영정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행정고시(38회)를 거쳐 공직에 입문한 후 조달청 나라장터 개발·운영에 참여하며 IT 경력을 시작했다. 조달청 과장을 끝으로 2011년 민간으로 이직했고, 삼성전자에서 빅데이터 담당 임원과 인공지능(AI) 기업 바이브컴퍼니에서 대표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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