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브 어 라이스 데이] 몸집 키우는 간편가공밥류…쌀 부활 노린다

2025-06-17

“집에서 밥은 안 지어도 전자레인지에 주먹밥은 돌려 먹어요.” “바쁜 아침엔 밥 대신 영양떡 하나 챙겨와 회사에서 먹습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주모씨, 경기 하남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모씨의 말이다. 요즘 이렇게 말하는 1·2인 가구가 부쩍 늘었다. 침체일로를 걷는 밥쌀 소비의 대안으로 쌀 가공식품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집에서 전기밥솥은 안 꺼내도 쌀 간편식은 기꺼이 찾아 먹는 시대, 쌀 가공식품이 쌀 소비의 ‘구원투수’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개인 쌀 소비 줄고 기업 쌀 소비 늘고=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8㎏으로 2023년(56.4㎏) 대비 1.1% 줄었다. 밥쌀 소비는 2014년 65.1㎏에서 10년 새 10㎏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사업체부문의 쌀 소비량은 87만3363t으로, 2023년(81만7122t) 대비 6.9% 증가했다. 국민이 공깃밥 자체는 덜 먹어도 쌀 가공식품은 많이 소비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2월 발표한 2023년 기준 쌀 가공식품 매출액은 8조1700억원에 달한다. 2017년 3조5000억원이던 시장규모는 2019년 7조2000억원, 2021년 7조5000억원으로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8년까지 시장규모를 17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가공산업 육성으로 우리 쌀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안정적인 수급 유지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즉석밥·냉동밥 등 밥류 ‘인기’=정부는 ▲간편 가공밥·죽 ▲도시락·김밥 ▲떡볶이 ▲냉동떡 ▲쌀 증류주 ▲쌀 음료 ▲쌀국수 ▲혼합면 ▲쌀빵 ▲쌀과자를 10대 유망품목으로 육성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쌀의 형태와 맛이 온전한 즉석밥과 함께 볶음밥·주먹밥 등 냉동밥류 시장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즉석밥 시장 선두주자인 ‘햇반’은 백미밥에서 잡곡밥을 거쳐 컵밥과 영양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며 제품 출시마다 화제를 모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햇반’ 판매액이 2021년 6880억원에서 2024년 9146억원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개별 포장돼 간단히 조리해 먹는 냉동밥류의 인기도 뜨겁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볶음밥·주먹밥·도시락 등 냉동밥류 제품의 시장규모가 연간 2300억원에 달한다”면서 “1·2인 가구 증가에 발맞춰 매년 성장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다만 일부 냉동밥 제품엔 미국·중국·호주산 쌀을 쓰고 있어 우리 농가에 도움이 되려면 국산 쌀로 원료를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 쌀 가공식품 선전도 주목=이같은 측면에서 농협이 내놓은 쌀 가공식품 제품의 선전을 눈여겨볼 만하다. 농협 제품은 주재료인 쌀은 물론 원료의 대부분을 국산 농산물로 조달한다.

농협경제지주는 지역농협·농협식품·오리온농협 등 범농협 쌀 가공식품 매출액을 지난해 기준 958억원으로 집계했다. 2022년 754억원, 2023년 856억원 등 연평균 13.5% 성장하고 있다. 떡·음료·누룽지·과자·즉석밥·장류 등 종류도 다양하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특히 ‘뉴룽지’ ‘땅콩강정’ 등 오리온농협의 쌀과자와 생크림찹쌀떡 등 지역농협의 히트상품이 매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원예경제연구실장은 “가정 내 쌀 소비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로 외식에서도 쌀 소비가 줄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1인가구 증가와 맞물려 비교적 간편하고 저렴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즉석밥·냉동밥 등 쌀 간편식이 쌀 소비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인경 기자 wh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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