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은표 변호사 "블록체인 기술, 통제 아닌 수용·조율 관점으로 접근해야"

2025-04-30

법무법인(유) 광장 홍은표 변호사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홍은표 변호사입니다. 올해 20년간 판사 생활을 마치고 법무법인 광장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법원에 있을 때에는 각급 법원에서 판사 및 부장판사로 근무한 외에 대법원에서 5년간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으며 그 중 2년간은 대법원 형사 사건을 책임지는 형사총괄연구관이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던 2018년 1대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과 함께 블록체인법학회를 창립하였습니다.

◆제2대 블록체인법학회 회장으로 선출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부족한 제게 제2대 블록체인법학회 회장의 중책을 맡겨 주신 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큰 영광이자,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전임 회장인 이정엽 판사의 업적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그 바통을 이어받아 어떤 방향으로 학회를 이끌어가고 싶으신가요?

학회원들의 다양한 에너지를 모아 블록체인 법, 정책 논의의 허브로 다시 도약하고자 합니다. 처음 블록체인법학회가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전 세계적으로도 논의를 주도할 정도로 앞서 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침체되면서 학회도 다소 추춤한 느낌입니다. 다시금 학회원들의 에너지를 모아서 학회를 활성화시키는 것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자산에 대한 글로벌 흐름과 국내의 법제도 환경 사이에 어떤 간극이 있다고 보시나요?

한국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사회 변화에 대해 소극적이고 단편적으로 대처하다 보니 제도화가 늦어지고 행정지도만으로 큰 흐름을 막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 개인을 상대로 하는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블록체인 산업은 물론이고 법, 제도에 대한 논의도 정체되어 버렸습니다. 외국의 경우 명확한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막지는 않았습니다. 그 사이 관련산업이 성숙하고 법적, 제도적 논의도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이 확실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제조업에 안주하는 동안 신사업의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기술을 억누르는 규제가 아닌, 철학과 속성을 이해하는 법제 정비’라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블록체인 기술은 개발과정부터 배포까지 누구 한 사람의 지배를 받지 않는 구조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프리소프트웨어(오픈소스)의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좋은 로직과 근간을 갖춘 코드가 다수의 지지를 받아 널리 사용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블록의 생성이나 코인 등의 이전에 관해서는 개인 스스로가 전적으로 지배하는 암호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데이터의 이동은 인터넷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이쯤 되면 블록체인 기술은 국가나 한 개인이 통제하거나 막을 수 있는 기술이 아닙니다. 한국이 블록체인을 통한 자금조달을 금지한다고 해서 블록체인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아지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당국도 블록체인 기술 자체 또는 이를 통한 금융에 대해서 부정적인 면만 보지 말고 통제가 아닌 수용과 조율의 관점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필연적임을 받아들이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보다 현명합니다.

◆신임 회장으로서 향후 가장 먼저 추진하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일단 학회 활성화입니다. 블록체인법학회에는 훌륭한 학회원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법조계 뿐 아니라 기업가, 투자가 등 다양한 분들이 계시고 각계 각층에서 훌륭한 활동을 많이 해주고 계십니다. 그러나 그러한 에너지가 한 곳으로 모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 훌륭한 학회원 분들의 에너지를 모아 학회의 자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학회원들의 다양한 욕구와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서 3가지 형태의 세미나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깊은 이론 공부를 진행한 다음 그 결과를 발표하는 세미나, 둘은 시의성 있는 최신 주제를 다루는 세미나, 셋은 기초 이론을 다루는 세미나가 그것입니다. 학회원들의 경험과 관심에 따라서 다양하게 참여하여 결과물을 도출하도록 힘쓰겠습니다.

◆법학자로서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 사회에 가져올 가장 큰 법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국가를 통한 규제 즉 법의 틀이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무한정 복제가능한 정보에 가치가 입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서 법의 힘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화폐권력에 대한 도전과 시도가 새롭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현상 또는 현실을 법체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논의할 것인가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물론 현실과 접점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규제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예를 들면 거래소를 통해 자금세탁을 추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암호자산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를 한국이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학회의 학술적 연구가 실질적 정책 제안으로 연결되려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을까요?

우선 학회의 역량 있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연구 결과가 학회에 누적되고 여러분들의 에너지가 학회로 모이면 좀 더 근본적이고 객관적인 논리가 자연스럽게 힘을 얻게 되고 이러한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정책으로 연결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현제는 제도에 관한 논의가 단편적이고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학회를 통한 깊숙한 이론 연구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산업계와의 협력도 강조하셨습니다. 산업 현장과 학술 연구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요?

저희 학회에 많은 연구 제안을 바랍니다. 학회는 현장의 목소리에 열려 있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 제도에 관한 학술연구를 추진하겠습니다. 공동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고 교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미국에서 FSF(Free Software Foundation)의 법률고문으로 활동하신 Eben Moglen 교수 아래에서 자유 소프트웨어와 프라이버시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전통을 이어받은 비트코인 백서를 접하고 공부하면서 기술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증진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제기되는 사회 근본 제도에 대한 여러 의문이 흥미로워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신기술과 법의 접점에서 특히 주목하고 계신 주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근 미국의 암호자산에 대한 행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한국처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개인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존중하는 미국 전통 아래에서 조용히 블록체인 산업과 제도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가 최근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보이구요. 블록체인 기술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 이를 이용해 어떻게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지 연구하는 자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법조인으로서의 경험이 학회 운영이나 정책 제안 과정에 어떤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시나요?

블록체인법학회는 법조인 특히 실무가들이 많이 참여하고 계시는 학회입니다. 이론적인 연구가 조금만 뒷받침된다는 실무적인 정책제안에서도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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