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D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사업장 매출 평균 약 41979만원
개인사업자 대출 있는 사업장 362만개 중 50만개는 폐업
경기 성남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50대 최모 씨는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른바 ‘2차 음주문화’가 크게 줄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씨는 “선거철이 되면 그래도 이런저런 술자리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번 대선에서는 그런 모임도 없는 것 같다”며 “매달 나가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술이나 마시자’는 사회 분위기는 이제 자취를 감춘 것 같다”고 했다.
한숨이 깊어진 자영업자가 최씨 뿐이 아니다. 올해 1분기 술집과 숙박업 소상공인 매출이 1년 전보다 10% 넘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있는 사업장 약 362만개 중 50만개는 폐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침체에 술집·숙박업 직격탄
22일 한국신용데이터(KCD)의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상공인 사업장당 매출 평균은 약 4179만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보다 0.72% 줄었다.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 보단 무려 12.89% 급감했다.
1분기 소상공인 사업장당 지출은 3153만원, 매출에서 지출을 뺀 이익은 1026만원을 기록했다. 외식업은 모든 세부 업종에서 매출이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술집(-11.1%) 매출이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 들었다. 이어 분식(-7.7%), 제과점·디저트(-4.9%), 패스트푸드(-4.7%), 카페(-3.2%) 등도 매출이 감소했다.

서비스업에서는 숙박·여행서비스업 부진이 두드러졌다. 숙박·여행서비스업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1.8% 급감했다.
내수 부진에 통상여건 악화까지 겹치면서 소비 심리 회복은 계속 늦어지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8로 3월 보다 0.4p 올랐지만 여전히 100선 아래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인 지난해 11월(100.7)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소상공인들은 대출 원금과 이자를 제때 못 갚는 경우가 늘었다.
KCD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이 있는 사업장은 모두 361만9000개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86.2%(312만1000개)는 정상 영업 중이지만, 13.8%(49만9000개)는 폐업(국세청 신고 기준) 상태였다.

◆자영업자 올해 내내 감소
내수 부진이 계속되면서 자영업자가 줄어들고 있다. 정부에 폐업 지원금을 신청한 자영업자는 급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000명 감소한 561만5000명을 기록했다. 올 1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만8000명 줄었다. 2월에는 1만4000명, 3월에는 2000명 줄며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영향에서 점차 회복하던 2022~2023년 증가했다가 지난해 감소로 돌아섰다. 지난해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아래로 하락했다.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건 산업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자가 고용을 줄이거나 폐업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직원을 채용해 사업을 하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7개월 연속으로 줄었는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최근 3개월째 늘고 있다. 직원을 없애며 ‘나 홀로 사장님’이 되거나 가족에 일손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