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16년, 그리고 한국 KBO리그 SSG에서 4년. 현역 20년을 꼬박 채운 추신수가 인천 팬들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추신수는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SSG와 롯데 경기 후 이어진 공식 은퇴식에서 “사랑하는 야구를 평생 할 줄 알았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남아서 축하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랜더스와 한국야구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인사했다.
추신수는 ‘절친’ 이대호를 비롯해 삼성 오승환, 한화 류현진 그리고 SSG 김광현과 최정 등 동료·후배들의 영상 메시지에 이어 그라운드로 들어섰다. 그의 등 뒤로 현역 시절 응원곡이 울려 퍼졌다. MLB 텍사스 시절 동료로 뛰었던 ‘명예의 전당’ 3루수 애드리언 벨트레와 통산 163승 투수 콜 해멀스가 곁에 서서 인사를 전했다. 벨트레는 “처음 본 순간부터 추신수는 성공할 거라고 믿었다. 정말 노력을 많이 하고 열정적인 선수였다”면서 “같이 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추신수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해멀스는 “조국을 떠나 MLB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것에 존경심을 느꼈다. 사랑하는 조국으로 돌아가 커리어 마지막 몇 년을 이어갔다는 것은 야구에 대한 추신수의 사랑을 그대로 보여주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료들의 축하에 이어 추신수는 가족들과 함께 랜더스필드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았다. 맏아들 추무빈군, 둘째 아들 추건우군, 딸 추소희양이 1~3루에 서서 아버지를 맞았다. 그리고 홈에서 아내 하원미 여사가 꽃다발을 들고 그를 기다렸다. 추신수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단상에 선 추신수는 원정 응원을 온 롯데팬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추신수는 롯데 연고인 부산이 고향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롯데 경기를 많이 보러 갔다. 사직에서 야구를 봤던 아이다. 어떻게 보면 추신수라는 사람, 선수의 시작점이 사직야구장이었다”며 “비록 사직에서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뛰지는 못했지만 롯데팬들의 응원은 어느팀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롯데 선수들 잘 될 수 있도록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추신수는 이어 홈 SSG팬들을 향해 “미국에서 21년을 살다 온 이방인이었고,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던 사람이었지만 가족처럼 반겨주셨다”고 인사했다. 그는 “야구 선수를 끝내는 순간 좋은 경험을 했다.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았다. 사람으로서 선수로서 행복했다. 주변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추신수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경기 종료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휴대폰 불빛으로 그를 비추던 팬들이 ‘울지 마’를 연호했다.
추신수는 “야구 선수로 열정은 이제 ‘1’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또 다른 열정이 피어나고 있다. 우리 랜더스 선수들을 뒤에서 돕는 것”이라고 했다. 추신수는 지난해 12월부터 구단주 보좌역 겸 육성총괄로 새 야구인생을 살고 있다.
추신수는 “선수들, 동료들을 위해 선진야구 그리고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선수들을 향해 “일어나지 않은 일에 걱정하지 말고, 필드에 섰을 때는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플레이하길 바란다”고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선수들의 헹가래와 기념촬영으로 추신수의 마지막 인사가 끝났다.
추신수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MLB에서 통산 16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77에 출루율 0.377 1671안타에 218홈런을 기록했다. 39세 되던 2021년 KBO리그로 돌아온 추신수는 SSG 유니폼을 입고 4시즌을 더 뛰었다. 전성기를 넘긴 나이였지만 4시즌 동안 54홈런에 396안타 OPS 0.812를 기록하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2022시즌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도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