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휠체어 고쳐주다, 장애인 무상수리·기부로…국민포장 받은 '대구 휠체어 천사'

2025-11-06

손재주 덕에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아들의 휠체어를 고쳐줬다. 어느 순간 특수학교 친구들의 휠체어도 봐주기 시작했다.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한 무상 수리에 나섰다가 아예 '업'을 바꿨다. 그거론 부족해 전동 휠체어 기부 등을 멈추지 않는다.

30년 가까이 '대구 휠체어 천사'로 활약해온 신동욱(72) 신일 휠체어 대표 이야기다. 신씨는 6일 보건복지부 등이 주최한 제14회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수여식에서 국민포장을 받았다. 휠체어 수리 봉사·기증과 장애 인식 개선 등으로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았다.

"저를 부를 때 중장년층은 휠체어 아저씨, 어린 학생들은 휠체어 할아버지라고 합니다. 그 밖에도 천사님, 박사님 등등 호칭이 여러 가지죠."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웃으며 말했다.

"내 인생의 일부"라는 휠체어가 처음 다가온 건 30여년 전, 몸이 불편한 초등학생 아들이 필요로 하게 되면서다. 그 후 특수학교로 진학한 아들의 친구 3명 중 2명은 휠체어를 탔는데, 그게 그의 눈에 계속 들어왔다. "당시 휠체어는 여러모로 열악했다. 차에 있던 공구로 볼트가 풀리거나 바퀴가 빠질듯한 아이들 휠체어를 고쳐주며 이 일이 시작된 셈"이라고 했다.

그러다 1997년 대구장애인재활협회 자원 봉사자로 무상 수리를 위한 순회 서비스에 나섰다. 가볍게 시작한 휠체어 수리는 어느덧 '주업'이 됐고, 원래 운영하던 식당 대신 이듬해 휠체어 가게를 차리게 됐다. 신씨는 "휠체어 타는 아들 덕분에 좋은 직업이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씨에게 휠체어는 곧 생업이자 기부이다. 2013년부터 가게 수익금은 매달 정기기부한다.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1억5000만원 상당의 전동 휠체어 등도 꾸준히 기증해왔다.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한 휠체어 무상 수리 봉사는 매주 나간다.

98년 처음 받아본 '장한 어버이상' 상금으로 아들 친구에게 새 휠체어를 사 줄 정도로 나눔이 몸에 뱄다. 그는 "지금까지 받았던 상금은 잘해서 받는 돈이 아니라 더 잘하라는 의미의 격려금"이라면서 "내가 없으면 아들이나, 그 사람들이나 똑같이 힘들다고 생각하며 돕는다. 조그마한 도움을 줬을 뿐인데, 다들 하늘만큼 땅만큼 크게 고마움을 표현해준다"고 말했다.

신씨는 대구 지역에서만 최소 수만 대의 휠체어를 대가 없이 고쳐줬다. 사회복지관·장애인복지관부터 장애인 집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30년 가까운 묵묵한 봉사에 실제 가족처럼 가까워지는 이도 적지 않다.

한번은 휠체어를 탄 남편을 밀어주던 장애인 여성이 멀리서 "아저씨"를 외치며 달려와서 신씨 품에 안겼다. 자주 보는 반가움을 표현했다. 놀란 신씨가 "너 신랑 있는데 이러면 어쩌냐"는 말하자 다 같이 웃었다고 한다. 추운 겨울엔 신씨를 위해 집에서 데워온 음료를 건네는 장애인들도 여럿이다.

신씨는 "건강한 동안엔 힘닿는 데까지 봉사할 계획"이라면서 "고친 휠체어 바퀴가 잘 굴러가듯, 장애인들의 앞길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순탄하게 굴러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내년이면 42세인 아들도 말은 잘 못 하지만, 옆에서 수리용 공구를 집어주는 등 아버지를 응원하고 뿌듯해한다.

한편 이날 수여식에선 탈북민·암 환자를 위해 12억원 기부한 양한종(89)씨가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어려운 이웃에 빵을 나눠온 대전 성심당 등 4명(곳)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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