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은 CES, 메디카만 고집합니다. 하지만 CES는 소비자 트렌드를 보는 자리이고, 메디카는 유럽 중심입니다. 미국 병원, 보험, 조달 담당자는 거기 없습니다.”
임수지 BDMT 글로벌 대표(에머슨대학 마케팅 교수)는 한국 헬스케어 기업들의 해외진출 전략이 '미스매치'라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헬스케어 기술력은 세계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사업개발(BD)·마케팅 역량은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미국 현지 생산 파트너를 포함해 다양한 협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국내 헬스케어 기업이 미국에서 성장하는 방법이 '유통'과 '기술이전(LO)'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 전략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강화한 'Buy American' 정책, 트럼프의 수입 관세가 한국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조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은 단순히 제품을 수입해 유통하는 구조가 아니라, 현지 일자리와 생산 기여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만 받으면 다 되는 줄 아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 병원·보험사·조달 기관은 '이 제품이 우리 경제에 무슨 기여를 하느냐'를 더 본다”면서 “'메이드 인 아메리카' 스토리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헬스케어 특화 사업개발(BD) 및 마케팅 전문기업인 BDMT 글로벌은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한다. 현지 전문가들이 KOL(Key Opinion Leader)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시장 진입 전략을 컨설팅하고, 직접 실행도 돕는다.
임 대표는 제품 기술 입증은 학회에서, 상업화는 타깃화된 전시회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애보트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지 결정할 때, 단순히 기술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면서 “생산 파트너는 누군지, 미국 병원은 써봤는지, 이 모든 요소가 작동해야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 수출이 아니라 현지 생산·인력·레퍼런스를 갖춰야 미국 정부, 병원, 투자자가 신뢰한다”며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현지 병원 MD와 엔지니어가 이해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용어 하나, 프레젠테이션 순서 하나까지 현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BDMT 글로벌은 인포마 그룹 산하 MEDevice Boston과 손잡고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이틀간 미국 보스턴에서 '이노베이션 서밋 2025'를 개최한다.
임 대표는 “전시회 참가자 89%가 BD, M&A, 제품 소싱 책임자”라며 “애보트, 메드트로닉, 지멘스, 테르모 같은 기업들이 참석하는데 한국 기업에게는 실질적 파트너십 구축이 가능한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가 기업에게는 투자·라이선스 프레젠테이션 기회는 물론, 현지 OEM 파트너와 매칭, KOL 미팅, 언론 홍보까지 통합 제공한다.
임 대표는 “약을 만들었으면 환자가 처방받을 수 있어야 하고, 의료기기를 개발했으면 환자 손에 닿아야 한다. 엔드 유저가 쓸수 있어야 하는데, 기술 우수성만 외치다 사라지는 기업들이 많다”면서 “기술을 증명·어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무대에서 디딤돌이 될 파트너를 만나, 다층적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