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재검토 시점을 내년에서 올해 하반기로 앞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협정을 조기에 재검토해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멕시코 “가능…빠르면 올해 9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T-MEC(USMCA의 멕시코 표기)에 대한 계획된 검토가 올해 4분기 초에 공식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개시 시점은 9월 말 또는 10월 첫째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의식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USMCA는 트럼프 정부 1기인 2018년에 체결돼 2020년 7월 발효됐다. 1994년 시작된 NAFTA를 대체하는 것으로 북미 3국 간 상품을 무관세로 수출입 하는 것이 골자였다. 발효 후 6년마다 이행 사항을 검토해 협정 연장 여부를 결정하자는 합의에 따라 2026년 7월 첫 협정 재검토가 이뤄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USMCA가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며 협정을 조기에 재검토하고 나아가 협상 자체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불공정했던 NAFTA를 없앤 USMCA는 좋은 협정이지만, 재협상이 필요하다면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일 백악관이 공개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 보고서에서도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이익과 부합하기 위해 기존 무역협정을 현대화할 여지가 크다”며 “USMCA 내 원산지 규정 확대, 미국산 유제품 캐나다 시장 접근 확대, 에너지 분야 등에서 멕시코의 차별적 관행 개선” 등을 권고했다.
다만 멕시코는 협정 조기 재검토는 가능하지만, 재협상에 대해선 경계하는 입장이다. USMCA를 통한 북미 3국 경제의 상호 보완성을 강조하면서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미국은 추가로 13개의 자유무역협정을 채택하고 있는데, 미국의 관세 부과 정책에도 총교역량의 90% 가까이 무관세를 유지하는 건 T-MEC(USMCA)이 유일하다”며 “T-MEC은 3개국이 서로 많은 혜택을 보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신중…관세 협상이 우선”
또 다른 협정 당사국인 캐나다는 조기 재검토 마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USMCA 관련 논의보다는 미국과의 진행 중인 관세 협상 등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란 얘기다. 카니 총리는 이날 캐나다 C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USMCA의 폭넓은 재검토에 앞서 (철강·알루미늄·자동차 관세) 문제들에서 직접적인 진전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