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전초전 벌어지는 '종묘'…정치권 공방에 언급량 10배↑ [데이터로 본 정치민심]

2025-11-15

최근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가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묘 앞 고층 건물을 허용한 것을 두고 갈등이 정치권으로 번지면서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오 시장에 대한 집중 공세에 나서는 등 논란이 ‘지선 전초전’ 양상을 띠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16일 서울경제신문이 SNS상의 텍스트를 빅데이터로 분석해주는 ‘썸트렌드’를 통해 지난 한 달간 ‘종묘’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15일 222건에서 지난 14일 2065건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1000건 미만을 기록하던 종묘 언급량은 논란이 가시화된 이후인 6일부터 수천 건을 넘기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언급량이 7001건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기도 했다.

논란의 발단은 작년 10월 30일 서울시가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에서 지역 발전을 이유로 건물 최고 높이를 종로변은 101m, 청계천변은 145m로 상향 조정하는 재정비 촉진계획 변경을 고시한 데서 시작됐다. 해당 구역은 청계천과 종묘 사이에 위치한 44㎡ 규모의 도시정비구역으로 장기간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곳이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종묘 인근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종묘 내부의 경관이 훼손되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근거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를 상대로 관련 조례 개정을 취소할 것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일 대법원이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100m) 밖의 개발 규제 완화는 국가유산청과 사전 협의 없이도 적법하다”며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정부 인사들이 서울시를 공개 비판한 데 이어 여당 인사들까지 이에 가세하며 논란이 정치권 전반으로 번졌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난 7일 종묘를 방문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종묘를 지키기 위해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서울시 비판했다. 이날 SNS상의 종묘 언급량이 6842건을 기록했고, 이튿날에도 7001건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서울시장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김민석 국무총리도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K-관광 부흥에 역행하는 근시안적 단견"이라고 오 시장을 직격했다. 김 총리는 10일에는 종묘를 직접 방문해 “서울시의 결정은 문화와 경제, 미래 모두를 망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발언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박주민·박홍근·전현희·서영교 의원 등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대거 포함된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도 지난 11일 오 시장 비판 성명을 냈다. 박주민 의원은 “서울은 시장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독단적이고 일방적 훼손 행태를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고, 박홍근 의원은 “(오 시장이)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라고 맹폭했다. 지난 10일과 11일 종묘 언급량은 각각 4606건과 2775건을 기록했다.

이달 2주차(10~14일) 종묘 키워드와 관련한 연관어를 보면 유산(5681건), 오세훈(4474건), 세계문화유산(2104건), 경관(1419건) 등 고층 건물 허용 논란과 관련한 용어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연관어를 인물에 국한할 경우 오세훈(4474건), 김민석(1248건)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중에선 정원오 성동구청장(216건)이 가장 많았고, 박주민(130건)·전현희(102건) 의원 등이 뒤를 이었다. SNS 게시글에서 종묘와 함께 언급된 긍·부정 단어를 살펴보면 대체로 논란(926건), 위험(641건), 반대하다(614건), 우려(525건), 흉물(240건) 등 부정적 단어가 많았다.

오 시장은 자신을 향한 정부·여당의 비판과 관련해 “(이 사업으로) 종묘를 훼손할 일이 결단코 없다”며 “녹지 축 양옆으로 종묘에서 멀어질수록 아주 낮은 건물부터 높은 건물까지 단계적으로 조성해 종묘와 멋지게 어우러지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탄생할 것”이라고 꾸준히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산하의 세계유산분과는 지난 13일 종묘 일대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며 서울시의 재개발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어 사태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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