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000270)의 대표 경차 ‘모닝’이 출시 21년 만에 글로벌 판매 400만 대를 넘어서 명실상부한 스테디셀서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강세에도 소형 세단인 모닝은 유럽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누리며 대기록을 달성했다.
10일 기아에 따르면 모닝은 지난달 말까지 전 세계에서 총 400만 7076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판매 중 68.5%인 274만 3377대가 해외에서 팔려, 국내 판매(126만 3699대·31.5%)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모닝은 2004년 첫 출시 후 약 21년 만에 400만대 고지를 넘었다.
모닝은 기아의 첫 번째 경차인 ‘비스토(1999년 출시·2003년 단종)’ 후속 모델로 처음 등장했다. 이때만 해도 국내 경차 기준을 넘어선 차체 크기와 배기량으로 소형차로 분류됐으나 2008년 관련 기준의 완화로 경차로 편입됐다. 그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황형 자동차’인 경차 수요가 급증했는데 모닝은 뛰어난 경제성과 실용성을 무기로 삼아 전 세계에서 빠른 속도로 판매 성장을 끌어냈다.
실제 모닝의 ‘밀리언셀러(100만 대 판매)’ 등극은 출시 6년 만인 2010년(112만 6416대)에 있었다. 이후 2세대 모델(2011년 출시)과 3세대 모델(2017년 〃) 등 공격적인 신차 투입으로 2014년(213만 163대)과 2018년(302만 8581대) 각각 누적 판매 200만 대, 300만 대를 돌파했다. 현재 판매 중인 모닝은 3세대 모델에서 디자인·성능 등을 개선한 부분변경 모델로 올해 누적 판매 400만 대를 달성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모닝의 활약은 유럽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지난해 한국 공장에서 생산·판매(소매 기준)된 모닝 12만 3618대 중 절반(54.3%) 넘는 6만 7172대가 유럽 수출 길에 올랐다. 반면 국내 판매량은 1만 5835대로 유럽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 상반기 모닝의 유럽 수출은 3만 4779대로 전체 판매(6만 5560대)의 53%를 차지했다.
모닝은 독일·영국·스페인 등 유럽 각국에서 ‘피칸토’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좁은 도로가 많고 주차 공간이 부족한 유럽에서 소비자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갈수록 엄격해지는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와 맞물려 모닝은 합리적인 선택지 중 하나로 관심을 모았다.
경쟁사를 압도하는 모닝의 상품성은 유럽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독일 3대 자동차 전문지 중 한 곳인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AMS)’는 최근 모닝과 도요타 아이고X를 대상으로 한 1대 1 비교 평가에서 모닝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평가는 총 7개 항목(차체·안전성·컴포트·파워트레인·주행성능·친환경성·비용)에 걸쳐 이뤄졌는데 모닝은 차체·안전성·컴포트·주행성능 등 4개 항목에서 앞서며 총점 539점으로 아이고X(517점)를 눌렀다.
모닝 축간거리는 2400㎜로 아이고X(2430㎜)보다 짧지만 최대 적재 용량은 1010 리터로 라이벌(829ℓ)보다 넉넉한 공간 활용성을 갖춰 호평을 받았다. 시속 100㎞로 달리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제동 거리를 보면 모닝은 36.9~38.1m로 아이고X(39.4~41.1m)에 비해 안정적이다. AMS는 “모닝은 충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B필러를 보강하고 안전 보조 시스템을 기본화해 안전 사양을 더욱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기아는 유럽에서 소형차 라인업을 강화하며 판매 성장을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강화된 환경 규제에 발맞춰 내년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2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유럽 전략형 모델로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