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에서 더러 화들짝 놀라는 일을 당할 때가 있다. ‘탐탕(探湯)’ 즉 ‘끓는 물에 손이 닿아’ 크게 놀라며 재빨리 손을 빼는 것도 그런 경우이다. 공자는 선하지 않은 일인 성싶으면 마치 끓는 물에 손이 닿았을 때처럼 빠르게 그 일에서 손을 떼라고 했다. 끓는 물의 비유가 참 적실하다. 그러려면 선악 구분을 순간에 할 수 있는 분별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분별력은 평소의 배움과 실천으로부터 나온다. 잘 배워서 잘 실천하는 습관이 선과 악을 순간적으로 구별하는 지혜를 갖게 하는 것이다.

드러내놓고 악행을 범하지는 않지만, 티 안 날 정도로 악에 발을 담그고서 적절히 이익을 챙기며 사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이런 사람은 언젠가는 순간의 ‘한 방’으로 인해 그동안 얻었던 모든 이익을 다 털리고 패가망신하게 된다. 12·3 계엄 정국에서도 그런 실수를 한 인물들이 있다. 끓는 물에 손을 댄 듯이 빠르게 빠져나오며 아닌 건 아니라고 단호하게 외쳤어야 할 텐데 그런 판단을 하지 못하여 벌을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악의 근처에서 서성이지 말고 탐탕한 듯이 빠져나와야 한다. 진솔한 반성은 의외의 용서를 선물 받기도 한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