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7 대책에 이은 9·7 대책에서도 결국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보유세 등 세금 규제는 빠지게 됐다. 대신 국세청이 “부동산 관련 탈세행위에 대해서는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끝까지 추적하고 탈루한 세금도 예외 없이 추징하겠다”며 엄포를 내놓았다.
7일 베일을 벗은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공급 대책에는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 상향이나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 등 세제를 통한 수요 억제책은 모두 담기지 않았다. 6월 대출 규제, 9월 공급 확대 등을 쪼개 순차적으로 내놓는 일종의 ‘살라미 전술’을 펼치고 있는데 세금 규제는 최후의 정책 수단으로서 남겨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5월 서울 강남 유세에서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도 이번 부동산 정책 패키지를 마련하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달 20일 “부동산시장 안전과 주거 복지라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이 제약돼서는 안된다”며 “‘손발이 묶였다’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실장은 또 “그렇다고 (세금 정책을) 마구 쓸 리는 없다”고 했다. 이는 칼날이 아닌 칼집을 보여줌으로써 부동산 투기 심리를 억제하는 동시에 향후 부동산세 인상 여지를 열어놓은 발언으로 해석됐다.
다만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강남 등에서 역풍이 불 수 있는 세금 규제는 당장 꺼내기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섣불리 종부세 공시가율을 기존 60%에서 80%로 환원하거나 윤석열 정부에서 잠정 중단했던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을 재추진할 경우 이번 지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시가 현실화율이 90%에 도달하면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 서초구 아르코리버파크 등 고급 단지의 보유세 부담은 현재보다 50%나 상승하게 된다. 이에 내년 7월 말 8월 초 세제개편 발표때 취득·보유·양도 등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재평가를 토대로 이재명의 정부의 종합적인 부동산 세제 방향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날 직접적인 세금 규제를 꺼내지 않은 만큼 시장을 교란하는 부동산거래 과정의 탈세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강남4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과 같이 시장 불안정성을 확산시키는 지역의 3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 거래 뿐만 아니라 그 외에 자금출처가 의심되는 거래까지 빠짐없이 전수 검증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대출규제 강화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을 틈타 일부 ‘현금부자’들이 자녀에게 취득자금을 편법 지원하는 등 탈세시도도 늘어날 수 있으므로 미성년자, 사회초년생 등 고가 아파트 취득 30대 이하 연소자는 한층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