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칼럼] 고교학점제, 학생들에게는 축복일까 부담일까?

2025-05-09

광주여자대학교 임도연 교수

[동양뉴스] 최근 교육계의 큰 변화 중 하나로 2025년부터 전면 시행하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며 학생들의 학습 방식에 큰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고, 이수한 학점에 따라 졸업 여부가 결정되는 제도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공통과목 48학점을 이수하고, 2학년부터는 선택과목 위주의 수업을 들으며 총 192학점을 채워야 졸업할 수 있다.

기존의 9등급 상대평가에서 5등급 제로 변경으로 성취 수준이 40% 미만인 경우 미이수 처리가 된다. 다만 보충 이수 기회를 통해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또한 기존에는 출석 일수만 채우면 졸업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절대평가 체제에서 E등급 이하로 낙제점을 받으면 졸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결석이 많거나 성적이 미달되면 방학 중 보충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 모든 부담은 학생에게 전가된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다양한 과목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다르다. 많은 학생들이 고교학점제를 반기지 않는다. 기존의 교육방식에 익숙한 데다, 선택의 자유가 오히려 책임과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학생들의 경우, 제도 시행착오를 고스란히 겪고 있다. 학점제를 준비할 충분한 시간 없이 곧바로 적용되어, ‘실험적 대상이 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과도한 부담감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성적 압박으로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예체능을 준비하거나 특정 분야에 집중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도 고교학점제는 부담이 된다. 예전에는 예체능에 집중하면서도 졸업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성적에 따라 졸업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진로를 위해 예체능에 몰입하더라도 학과 수업 성적이 부족하면 졸업이 불가하다는 것은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고교학점제의 본래 취지는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적성을 존중하고, 선택권을 보장함으로써 주체적인 학습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제도 전환에 따른 준비 부족, 과중한 책임 전가, 평가 방식의 일방성 등 여러 문제가 학생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교육제도가 긍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와 점진적 도입, 그리고 학생과 교사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고교학점제가 진정한 ‘학습자 중심’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 우리는 지금 이 순간 학생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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