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으로 전세사기 예방법 배워봅시다!

2025-08-02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전세사기 예방법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퀴즈 나갑니다. 제한 시간은 단 15초입니다. O와 X 중 하나만 골라주세요.

“다가구 주택인 경우, 전입세대 열람 내역,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확인해야 한다.

그 이유는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O일까요? X일까요?

8월의 첫날인 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서울광역청년센터에 모인 50여 명의 청년들도 같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각자의 휴대폰 화면 위에 뜬 O와 X 위로 분주한 손길이 오갑니다.

“정답은 X입니다! 세금 체납 여부가 아니라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을 확인하기 위해서죠!”

사회자가 외치자 환호와 아쉬움이 교차합니다.

이날 서울광역청년센터에서는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함께 준비한 ‘보드게임을 활용한 전세사기 예방 참여형 교육’이 진행됐습니다. 지난달 대구청년광역센터에서 처음 교육을 시작한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전세계약의 구조와 단계별 유의사항, 주요 피해사례 교육 등 기초적 내용을 배운 뒤 참여형 보드게임과 퀴즈를 통해 복습하는 방식이었죠.

“2시간30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밌었어요. 전세사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컸는데, 보드게임을 한 번 하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전세를 구해야 할지 감이 잡혔습니다.” 서울 금천구에서 온 양은지씨(29)의 말입니다.

보드게임으로 전세사기 예방법, 같이 배워보실까요?

한국부동산원과 인천대학교가 함께 개발한 부동산계약 체크리스트 보드게임 ‘레비오사’(한국부동산원 캐릭터 ‘레비’와 함께 ‘오’늘부터 ‘사’기 피해 예방”이라는 의미)는 유명 보드게임 ‘부루마불’과 닮았습니다. 주사위를 굴려 게임판 위의 말을 이동시키는 방식이죠. 부루마불의 게임판이 세계 곳곳의 여행지로 구성돼 있다면, ‘레비오사’는 전세계약을 할 때 꼭 들러서 확인해야 할 기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포털부터 등기소, 세무서, 정부24, 보증기관 등으로 구성된 코스를 완주하는 과정에서 전세계약 시 필수적으로 봐야 할 14개의 체크리스트를 모두 확인하게 됩니다. 계약 전, 계약 중, 계약 후 단계별로 거쳐가면서 청년들이 부동산 거래를 하며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그때마다 거래의 ‘꿀팁’을 익힐수 있습니다. 14개 체크리스크를 모두 확인하면 게임은 종료되고 ‘최종 코스’인 퀴즈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죠.

게임은 6명이 1팀으로 진행됐습니다. 다른 팀보다 빠르게 코스를 완주하기 위해 서둘러 주사위를 굴려야 합니다.

은지씨는 말이 ‘등기소’ 칸에 멈춰서자 곧바로 카드를 뒤집어 내용을 읽기 시작했죠.

“등기부등본을 통해 가등기, 가압류, 담보권 설정 여부를 확인합니다. 나의 전세보증금보다 선순위의 채권이나 임차 보증금이 있을 경우, 보증금 전액 반환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주의하세요.”

‘온라인 부동산 정보 포털’ 칸에선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팀원이 또박또박 읽어내려갑니다.

“적정 매매가와 전세가 시세 및 지역별 전세가율을 확인합니다. 매매가격이 하락하거나 경매 시 보증금 전액 반환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매물은 조심하세요.”

팀원 전체는 카드에 적힌 내용을 귀담아듣고, 14개의 체크리스트가 모두 확인됐는지 꼼꼼하게 살핍니다. 보드게임 후 카드 내용을 기반으로 한 퀴즈를 풀어야 하니 다들 ‘열공’ 모드입니다.

서울 은평구에서 온 정나연씨(26)의 체크리스트는 어느새 메모들로 빼곡히 채워졌습니다. 나연씨는 “친구가 전세사기를 당해” 이날 교육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는 “지금 월세로 살고 있는 자취방의 전세가가 매매가와 같아 전세로 계약했으면 큰일날 뻔 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계약 전, 중, 후 단계별로 어떤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지 게임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무서워 피해왔던 전세 계약도 앞으론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나연씨 팀의 말이 신나게 게임판을 달려갑니다. ‘현장 확인’ 칸에서는 무허가, 불법 건출물 여부를 확인했고, ‘세무서’ 칸에서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계약 후에는 ‘등기소’에서 등기부등본상 근저당권 설정 등 변동사항을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고, ‘보증기관’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여부를 확인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어느덧 모든 카드가 뒤집혔습니다. 전세사기를 피하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내용을 확인했다는 뜻입니다. 말이 게임판에 끝에 다다르면 이렇게 외쳐야 합니다. “레비오사!”

‘두 마리 토끼’ 보드게임 교육, 광주·대전 등에서 계속

이날 교육에 참여한 청년들은 “재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챙겼다”며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토부·부동산 담당 기자인 저마저도 보드게임을 통해 전세사기 예방법을 완벽히 알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가령 공인중개사의 정상 영업 여부는 정부가 운영하는 공간정보 사이트 ‘브이월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미처 몰랐습니다. 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미등록 및 업무정지 중인 중개업소에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중개사고 발생 시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날 게임 시작 전 전세사기 예방 강의를 진행한 김성균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사기 피해지원 기획팀 차장은 “단순히 강의만 하는 것보다 참여형 보드게임으로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들리면서 내용을 복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보드게임 참여형 교육은 앞으로도 지속할 계획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2회차까지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 청년센터에서 보드게임을 상시 비치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할 정도”라면서 “올 하반기에 중앙청년지원센터와 협의해 광주와 대전 등까지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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