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컷 2마리의 정자만으로 탄생한 쥐가 성체로 성장해 자연 번식까지 성공했다.
23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교통대학교 웨이 안창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두 수컷 생쥐의 유전자로만 만들어진 생쥐가 성체까지 자라 다시 새끼를 낳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핵을 제거해 유전자를 없앤 생쥐 난자에 수컷 두 마리에게서 채취한 정자 두 개를 삽입했다.
단순히 정자 두 개를 섞은 상태에서는 수정될 수 없기 때문에, '에피게놈'이라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해 유전자의 7개 지점을 재프로그램, 수정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DNA 염기 서열에는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유전자 발현 정도만을 조절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수정란 259개를 대리모 암컷에게 각각 이식, 단 두 개의 수정란만이 정상적으로 착상 후 배아로 발달했다. 수컷의 유전자만 가졌기 때문에 새끼들도 모두 수컷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태어난 두 마리가 성체까지 성장했으며 다른 암컷 쥐와 자연적으로 교미한 후 크기, 무게, 외형 면에서 이상이 없는 건강한 새끼를 낳았다고 발표했다.
같은 성별로 수정하는 실험은 이전부터 있었다. 2004년에는 일본 연구진이 두 마리 암컷의 난자로 아빠 없는 쥐, '카구야'를 만들어냈다. 해당 실험에는 발생 단계가 다른 두 난자가 사용됐다.
카구야는 유전자 변형으로 만들어진 쥐다. 이와 달리 중국 연구진은 지난 2022년 에피게놈 편집만으로 난자 2개로 이뤄진 아빠없는 쥐를 만들었으며, 이후 비슷한 방법으로 엄마없는 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인간 동성 부부는 정자 기증과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고 있다. 부부 중 한 사람의 유전자를 이어받을 수는 있지만 두 사람 모두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아이는 현재 기술로는 탄생할 수 없다.
이번 연구는 동성 부부에게 자녀 출산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머물러 있다. 영국 세인즈버리 웰컴 센터의 크리스토프 갈리셰는 “현재 단계에서는 필요한 난자와 대리모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 성공률이 낮기 때문에 인간에게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