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3억 담배소송 12년째…"흡연이 암 원인, 법원도 인정을"

2025-05-12

국민건강보험공단과 KT&G·필립모리스·BAT 등 담배회사 간 533억 원 규모의 ‘담배소송’이 12년째 장기간 이어지자 국민건강 차원에서 재판부가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 학계, 노동계를 가리지 않고 흡연이 폐암·후두암 등의 주요 원인이라는 의학적 근거가 쌓여 있는 만큼 재판부도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12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공단과 담배회사 간 진료비 청구소송 항소심의 최종 변론이 이달 2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정기석 이사장이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최종 변론을 앞두고 재판부에 ‘정의로운 판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폐암학회 등 26개 학회가 참여한 암관련학회협의체는 이달 8일 성명을 통해 “단순한 배상을 넘어 공중보건과 사회정의를 위한 헌법적 판단의 장”이라며 건보공단을 지지했다. 국립암센터 등 17개 보건의료단체도 “담배회사는 중독성을 강화하기 위해 니코틴 함량을 조절하고 필터 디자인을 조작해 연기가 폐 깊숙이 침투하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전국사회보장노조연대는 “매년 흡연 관련 질환에 3조 원 가량 건보 재정이 드는 것을 고려하면 흡연은 국가 경제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은 건보공단이 30년 이상 흡연 후 폐암·후두암에 걸린 환자 3465명에 대해 지출한 건보 재정 533억 원을 담배회사가 배상해야 한다며 2014년 제기했다. 1심은 “흡연 이외에 다른 원인으로도 폐암이 발병할 수 있어 인과관계가 없고, 담배회사가 중독성 등을 축소·은폐한 사실이 없다”며 담배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의료계에서는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가 흡연은 폐암 발생의 약 85%, 후두암 발생의 약 90% 원인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국립암센터는 지난해 한 때 흡연한 사람도 12년 이상 완전 금연할 경우 계속 흡연한 사람에 비해 전체 암 발생 위험이 17% 낮아지고 폐암은 42%, 간암 27%, 위암 14%, 대장암은 20% 떨어졌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해외에서도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는 추세다. 캐나다에서는 10만 명이 참여한 집단소송에서 담배회사들이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은 점이 인정돼 지난해 10월 피해자들에게 총 248억 캐나다달러를 배상하는 합의가 성립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2023년 5월 매사추세츠주 대법원이 담배회사에 대해 위험성을 알고도 소비자들을 속이려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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