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젤리서도 영감” 상상력·연구가 만든 ‘K선크림 열풍’

2025-08-20

K선크림 인기의 비결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것을 자외선 차단제로 응용할 생각을 해요. 떠먹는 젤리를 먹다가도 탱글탱글한 제형을 선크림에 접목하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을 가졌고요.”

자외선 차단제 연구·개발에 15년째 매진 중인 김용우 한국콜마 UV테크이노베이션연구소(UV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지난 13일 한국콜마 UV연구소에서 만난 그는 젤리 제형의 선크림이 내년 중 상용화된다고 귀띔했다. 장난 같은 호기심에서 출발한 연구가 실제 제품 출시로 이어진 것. 김 소장은 “젤리 제형을 구현하기 위해 식품회사까지 접촉해 자료를 모았다”고 말했다. 연구 끝에 탄생한 제품은 기존 선크림보다 수분을 많이 포함하면서도 피부에 잘 흡수되는 강점을 갖췄다는 것이 김 소장의 설명이다.

K선케어 제품은 K뷰티의 한 축으로 해외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 한국콜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이커머스인 아마존에서는 구다이글로벌(3237억원), 스킨천사(2800억원) 등의 한국 제품이 선케어 판매 부문 상위권에 올랐는데, 두 회사 제품 모두 한국콜마가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제조했다. 트럼프발 관세 영향을 우려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K선크림 사재기’ 열풍이 불기도 했다. 업계는 한국콜마의 국내 시장 선크림 점유율을 70~80%로 추정한다.

해외에서 K선케어 제품이 큰 인기를 끈 이유는 강력한 자외선 차단력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제형과 산뜻한 질감을 갖췄기 때문. 이런 특장점이 저절로 생겨난 건 아니다. 끊임없는 연구를 통한 제품 개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콜마 UV연구소에서는 지금도 다양한 시제품들을 대상으로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곳에는 실제 태양광을 모사해 UV 차단 효과를 검증하는 ‘솔라라이트’ 장비가 설치돼 있다. 바로 옆 테이블에는 ‘OTC(미국 수출용)’라고 표시된 선크림 샘플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연구원들은 이 장비를 활용해 태양광 감도를 조절하고, 개발한 제품의 제형별 차단 효율을 직접 비교·분석하며 데이터를 쌓는다. 이곳 연구원들은 각 고객사를 ‘전담 마크’하듯 제품 개발을 맡는다. 브랜드 사마다 원하는 제형, 농도, 자외선 차단 지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선크림을 만들 때 단순히 높은 자외선 차단 지수(SPF)를 가진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유기 자외선 차단제 성분이 가진 끈적이고 기름진 ‘무거운’ 질감 때문이다. 해당 성분을 많이 포함할수록 SPF 지수는 높아지지만, 질감도 무거워지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호를 고려해 제품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소장도 선케어 제품을 개발할 때 고객사가 원하는 질감을 구현해 내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짚었다. 김 소장은 “촉촉하면서도 끈적임은 없어야 하는 미묘한 간극을 좁히기 위해 수백번씩 샘플을 조정했던 적도 있다”며 “선케어 전문 연구원 여덟 명이 동시에 각자 개발한 샘플을 펼쳐두고 피부에 발라보는 ‘집단 테이스팅’ 과정을 거쳐 요구에 딱 맞는 제품을 만들었을 땐 모두가 손뼉을 쳤다”고 회상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K선케어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는 것이 김 소장의 설명이다. 김 소장은 “자외선 차단으로 그치지 않고 유분감을 덜어낸 기술은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차별화된 한국의 경쟁력”이라며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의 뷰티 기술력과 비교해도 향후 2~3년은 선케어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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