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20년 맞은 청계천… 명실상부 시민들 쉼터로
청계광장∼중랑천까지 8.12㎞ ‘도심 속 오아시스’
버들치 등 어류 종 2배 늘어… 생물들 보는 재미도 ‘쏠쏠’
“Very Good(베리 굿)~ Very Good~.”



서울 청계천을 둘러본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감탄사를 연발한다. 3주간의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부산, 대구를 거쳐 서울을 둘러보고 있다는 그녀와 남편에게 청계천 방문은 뜻밖의 기분 좋은 선물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호주인 챈털 조지프(Chantelle Joseph)가 남편 제임스 와데이(James Wah Day)와 함께 청계천을 방문한 날은 마침 발을 물에 담글 수 있는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본격적인 장마를 앞두고 괜찮은 초여름 햇살이 비친 날이기도 했다. 30도에 가까운 날씨 속 차가운 청계천 물속 걷기는 이들에게 도심 속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맑은 시냇물인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기념해 6월11일부터 22일까지 청계천 상류 일부 구간을 20년 만에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청계천 물 첨벙첨벙’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보는 하천’에서 ‘즐기는 하천’으로 변신한 청계천에 직접 발을 담그고 물의 흐름을 느끼는 경험은 이곳을 찾은 모든 이에게 건강한 도시 재생의 의미를 온몸으로 체험케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수많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서울의 쉼터인 청계천은 점심시간, 직장인들의 산책길로도 인기가 많다. 특히 한여름 찌는 듯한 열대야가 지속되면 밤 산책을 나온 시민들로 붐비기도 한다. 청계천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며 시민들에게 쉼과 휴식을 제공한다.




청계천은 청계광장에서 중랑천 합류부까지 연장 8.12㎞에 이르는 도시 하천으로 2003년 7월부터 2005년 9월까지 2년3개월의 대대적인 복원 공사를 거쳐 조성됐다. 청계천엔 가장 짧은 다리인 광통교(12m)부터 가장 긴 다리인 비우당교(46.6m)까지 총 22개의 다리가 있다. 청계천엔 하루 4만t(최대 12만t)의 정수 처리된 물이 흐른다. 하천 수심도 평균 40㎝로 유지 관리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이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 청계천의 생물 다양성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초기 대비 어류 종은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라미, 버들치 등 외에도 2급수 이상 깨끗한 하천 여울에서만 서식하는 쉬리도 발견됐다. 청계천엔 백로, 왜가리 등도 있어 산책길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가는 산책길, 마포구에 살고 있다는 한 시민이 청계천 분수를 스마트폰에 열심히 담고 있었다. “세운상가에 업무차 가끔 오는데, 시간 되면 청계천에 구경 옵니다. 지금은 분수가 멋있어 영상을 찍어 틱톡에 올리려고 합니다. 멋진 풍경이라 사람들이 좋아할 거 같아서요.”
노후화된 복개도로와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복원된 지 20주년이 된 청계천은 시민들에게 휴식과 힐링의 공간이 되고 있다.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로도 손색없는 청계천의 미래는 맑고 밝다.
글·사진=허정호 선임기자 h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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