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서 유발되는 일명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심부정맥혈전증·폐색전증)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연휴 기간 비행기를 이용한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임산부, 고령층, 비만, 심혈관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달 13일 질병관리청은 광복절을 전후한 연휴 기간 동안 많은 여행객이 장시간 운전, 장시간 비행 등에 나서면서 심부정맥혈전증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부정맥혈전증은 다리 깊은 곳에 있는 정맥에 혈전(피떡)이 형성돼 혈류를 막는 질환으로, 장시간 움직이지 않으면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오랜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하체 정맥의 혈류 속도가 떨어지고, 종아리나 허벅지 정맥에 혈액이 고이면서 응고가 촉진된다. 혈전이 떨어져 나와 폐혈관을 막으면 폐색전증으로 이어져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 응급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발목을 위로 젖혔을 때 종아리 근육에 통증이 집중되거나 다리 정맥이 불룩하게 튀어나와 보이면 의심해야 한다. 피부색이 붉거나 푸르게 변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경미하게 나타나지만,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면 악화할 수 있다.
특히 기내의 낮은 기압과 건조한 환경, 탈수 상태는 혈전 형성 위험을 높인다. 실제 연구에서도 장시간 비행 후 4주 이내 심부정맥혈전증 발생 위험이 평소보다 2~4배 높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흉통, 어지럼증이 동반되면 즉시 응급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고위험군에는 임산부, 65세 이상 고령자, 비만, 심근경색·협심증 등 심혈관질환자,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자, 흡연자, 최근 3개월 내 수술이나 골절로 장기간 움직이지 못한 사람, 경구피임약 복용자, 여성호르몬 치료 중인 사람 등이 포함된다.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 심부정맥혈전증 병력이 있다면 재발 위험도 높다.
혈액이 정체되지 않도록 자주 움직이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최소 1~2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내 통로를 걷고, 앉아 있을 때도 종아리와 발목, 발가락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발끝을 몸쪽으로 당겼다 펴거나 발목을 원형으로 돌리는 동작,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는 간단한 운동도 도움이 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내는 습도가 20% 이하로 매우 건조해 탈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카페인과 알코올은 이뇨작용을 촉진해 탈수를 악화시키므로 장거리 비행에서는 피하는 것이 좋다.
하체 혈액순환을 돕는 의료용 압박 스타킹 착용도 도움이 된다. 맥류가 있거나 임신부, 과거 혈전 이력이 있는 사람은 출발 전 의료진과 상담 후 착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옷차림은 헐렁하고 편안하게 하고, 허리나 허벅지를 조이는 복장은 피한다. 신발은 탈착이 편한 것을 선택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여행 중에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장시간 운전이나 비행 시에는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하며 스트레칭이나 간단한 운동을 하고, 좌석에 앉아 있을 때도 발을 수시로 움직여 혈액 순환을 촉진해야 한다. 물을 자주 마셔 탈수를 예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