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11연승을 기록한 전설적인 선수 바이런 넬슨(1912~2006)은 덕이 많은 골퍼였다. 지역사회와 동료, 후배들에게 많은 걸 베풀었다. 워낙 후덕한 선수였기 때문에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고 그래서 그의 이름을 PGA 투어 바이런 넬슨은 그가 세상을 떠난지 19년이 지난 아직까지 남아 있다. 한국 선수 세 명이 그 과실을 땄다.
배상문과 강성훈, 이경훈은 모두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바이런 넬슨에서 고대했던 PGA 투어의 첫 승을 기록했다. 강성훈은 무려 159번째 대회였다. 이경훈은 2021년과 2022년 바이런 넬슨 우승컵을 들어 한국 선수 최초로 PGA 투어 타이틀 방어 기록을 세웠다.
바이런 넬슨 대회뿐 아니라 댈러스라는 도시 자체가 한국 골퍼들에게 축복을 줬다. 박성현, 허미정, 신지은, 재일교포인 노무라 하루(한국명 문민경) 등이 댈러스에서 열린 LPGA 대회에서 우승했다.
한국 선수가 댈러스에서 많이 우승하는 게 우연만은 아니다.
최경주가 가장 먼저 정착한 뒤 댈러스를 한국 남자 선수들의 교두보로 만들었다. 양용은도 한때 이곳에 살았다. 김시우, 강성훈, 노승열, 김주형 등의 집이 댈러스에 있다. LPGA 투어 선수들도 텍사스주로 옮겨온다. 김세영, 전인지 등의 주소가 댈러스다.
댈러스는 미국 중남부라 어느 방향으로든 이동이 편하다. 시차 적응하기도 수월하다. 한국을 오가는 항공기 직항편이 있다. 소득세가 없다. 그리고 규모가 꽤 큰 코리아타운이 있다.
한국 선수들에게 후했던 바이런 넬슨은 지난해부터 CJ가 타이틀 스폰서가 됐다. CJ컵 바이런 넬슨이 2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개막한다. 한국 선수 6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임성재(27), 김주형(22), 김시우(29), 안병훈(33)에 2019년 챔피언 강성훈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멤버 최승빈(24)도 초청을 받았다.
PGA 투어의 한국 선수들은 우승 가뭄이다. 한국 선수들은 PGA 투어에서 2021년과 2022년에 3승씩을 수확했고 2023년에도 2승을 더했다. 그러나 2023년 10월 슈라이너스 오픈 김주형 이후 18개월간 우승이 없다.
2022년과 2023년 3승을 거두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김주형은 올 시즌 초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우승경쟁을 한 후 잠잠하다. 페덱스 랭킹은 76위다. 김주형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볼 스피드가 시속 163마일이었는데 지금은 174마일이다. 근육이 늘고 지방이 줄었다. 또한 오프 시즌 동안 변화를 주면서 부작용도 나왔다. 다 발전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형은 또 “인내심을 가지려고 하고, 어려울 때 지나치게 밀어붙이려고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모든 게 단단해져야 한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정도로 단단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김시우는 강성훈, 김주형과 더불어 댈러스에 산다. 집에서 밥을 챙겨 먹는다. 일종의 홈 어드밴티지다. 김시우는 이 대회에서 성적이 좋았다. 2023년 바이런 넬슨에서 1타 차로 준우승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 PGA 투어 우승후보 랭킹에서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에 이어 2위다.
김시우는 올해 성적이 나쁘지는 않지만, 흡족한 것도 아니다. 올해 간발의 차로 마스터스에 나가지 못했다. 마스터스 직후 열린 시그니처 대회 RBC 해리티지에서 최종일 선두로 출발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김시우도 텍사스에서 단비를 기대하고 있다.
임성재는 올해도 잘 나간다. 페덱스랭킹 15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파워랭킹 3위로 우승후보다. 임성재는 2021년 슈라이너스 오픈 이후 3년여 만의 우승을 꿈꾸고 있다.
이 대회에서 두 번 우승한 이경훈은 허리가 아파 올 시즌을 접었다.
댈러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