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임기(2030년 6월 4일) 내에 미국으로부터 전환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위원장 이한주)는 13일 국민보고대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청사진인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이런 내용을 포함했다. 이 자리에서 홍현익 외교안보분과장은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를 목표로 ▶3축 방어체계 고도화 ▶임기 내 전작권 전환 ▶K-방산 4대 강국 도약 ▶남북관계 정상화 ▶국민 공감 통일정책 ▶국익 중심 실용외교 등 국정 과제를 설명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서 전환의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이행하며, 우리 군의 작전기획·지휘능력 향상을 통해 대북억제 태세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군의 전작권은 한·미연합사령부(연합사)가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유사시 연합사 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군을 지휘한다. 전작권 전환은 연합사 사령관을 한국군 대장(별 넷)이 맡아서 한국군·미군을 통제한다는 뜻이다.
한국군의 작전권은 6·25 전쟁 중이던 1950년 7월 유엔군사령부(유엔사)에 위임됐다. 78년 창설된 연합사가 이양받았다. 평시 작전권은 94년 노태우 정부 때 한국군(합참)이 넘겨받았다.
이후 정부의 기조에 따라 ‘전작권 전환 시계’가 요동쳤다. 노무현 정부는 전시 작전권을 2012년 전환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 개발로 일정이 꼬였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한반도 안보 환경이 달라졌다는 판단에 따라 전작권 전환 시점을 2015년으로 늦췄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특정 시점에 전환하지 않고, 일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전환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①연합 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②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③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 3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임기(2022년 5월 9일) 내 전환’을 추진했지만, 곧 ‘조속한 전환’으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한·미는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 여부의 검증에 들어갔다. 검증은 최초작전운용능력(IOC)→완전운용능력(FOC)→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로 돼 있다. 2019년 8월 IOC가 통과됐고, 현재 FOC 검증이 진행 중이다. 한·미가 FOC를 완료할 경우 ‘X년도(전작권 전환 연도)’를 정하고 그 전년에 최종 검증인 FMC를 평가한다.
이재명 정부가 2030년까지 전작권을 전환하려면 연합 방위 주도 능력과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능력을 확보하고,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정연봉 전 육군참모차장은 “한국군은 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전력이 부족해 미군의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한다”며 “한국군이 주도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이 투자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안병석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미군은 한국군의 능력을 인정했다”면서도 “전작권 전환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훈련이 아니라 실전에서 미국이 보내준다고 약속한 증원 전력 등 미군의 원활한 협조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부사령관은 2022년 8월 연합훈련 때 전작권 전환을 가정해 전시 한국군·미국군을 모두 지휘했다.
미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브런슨 연합사령관은 지난 8일 한국 기자단 간담회에서 “전작권 전환을 빠르게 앞당기기 위해서 지름길을 택한다면 한반도 전력의 준비 태세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작권 전환) 진행 중 조건을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 애초에 조건을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으며 그것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은 전작권 전환에 소극적이다. 문재인 정부 때 전작권 전환 검증이 늦어졌는데, 당시 한국과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때문에 연합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13일 “전작권을 전환할 경우 미국이 원하지 않는데도 한국과 중국의 분쟁에 개입하거나 한국에 확장 억제(핵우산)를 제공해야만 하는 상황에 엮일까 우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군이 연합 방위를 주도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운다고 하더라도 셋째 전작권 전환 조건인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을 충족하기 힘들다. 북한의 핵·미사일과 재래식 전력이 날로 고도화하고 있으며, 북·러 밀착과 북·중·러 대 한·미·일 대립 구도 속에 한반도 주변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의 현대화를 내세우며, 한반도 방위에서 한국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기를 요구하면서 전작권 전환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미 국방부 정책차관 엘브리지 콜비는 지난 3월 인준 청문회에서 ‘전작권 전환이 조건 기반으로 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전반적으로 동맹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미국과의 전작권 전환 협상에 참여한 박철균 국방부 전 국제정책 차장은 “콜비 차관의 답변은 한국군의 역할을 늘리며 비용을 더 내라는 의미로 읽힌다”며 “지금까지 전작권 전환 협상에서 우리가 시점이나 조건을 변경하려 하면 미국은 그 대가를 톡톡히 받아갔다. 서두르면 자칫 미국이 검토 중인 주한미군 감축과 사령관 계급 하향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