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보험업계가 채권으로 자본을 확충하는 데 더해, 보유한 부동산 자산까지 매각하며 건전성을 방어하고 있다. 시장금리와 신규 자본규제 도입 등 악재가 겹치며 재무건전성에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서울 종로지점 사옥을 포함해 전국에 주요 9개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매각엔 경기 성남시 새분당지점, 고양시 일산지점 및 인재개발원 등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흥국생명은 관계사 흥국리츠운용에 광화문 흥국생명빌딩을 매각할 계획이다. 업계는 매각 금액을 약 7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한화생명도 스타트업 지원 사업이 진행되던 드림플러스 역삼동 사옥 매각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정리하고 나선 건 건전성 관리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다. 지난 2023년 도입된 보험사 신 건전성제도(지급여력제도·K-ICS)에선 부동산 자산에 대한 위험계수가 과거(RBC)보다 3~4배가량 높게 반영된다.
투자 자산에 위험계수가 높을수록 보험사는 더 많은 금액을 자본으로 쌓아둬야 하는 구조기에, 부동산 보유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화할 경우 자체적인 운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 제고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보험사들은 부동산 매각 외에도 자본확충을 위해 채권 발행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채권은 사실상 갚아야 할 빚이지만, 만기가 길고 차환을 조건으로 발행되는 특성 탓에 보험업법상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해외발행을 포함해 현재까지 국내 보험사가 발행한 채권 규모만 7조2800억원으로, 최근엔 DB손해보험이 5000억원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보험사 채권 발행 규모가 8조6650억원으로 연기준 최고를 경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벌써 작년 총액 90%가량을 채운 셈이다.
지속되는 시장금리 인하에 더해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도입 등 규제 강화까지 예고되면서, 보험사들이 재무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대형 보험사들도 건전성비율(지급여력·K-ICS비율)이 감소하는 추세다. 6월말 기준 한화생명 지급여력비율은 161%(잠정)로, 대규모 채권 발행에도 전년 동기(162.8%)보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도 201.5%에서 187%(잠정)까지 하락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현 회계제도에서 보험사가 보유한 부동산은 위험자산으로 구분돼, 굳이 가지고 있기보다 매각 후 재임대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지급여력비율 관리에 유리할 수 있다”며 “부동산 매각금액을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운용수익이 임대료보다 크다는 경제적 측면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