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오요안나 근로자 아니다”…괴롭힘 법 개정 어떻게? [슬직생]

2025-05-25

22대 국회서 괴롭힘법 개정안 10개 이상 발의

‘오요안나법’ 특별법, 고용부 연구용역과 상충

“‘괴롭힘 사실이 확인이 됐는데도 근로자가 아니어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 한 문장이 법의 한계를 또 다시 드러낸 거죠.”

25일 노무법인 돌꽃의 김유경 노무사는 최근 고용노동부의 MBC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를 이렇게 평가했다. 괴롭힘 사실이 확인돼도 지금 법상으로는 가해자와 사측에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어 김 노무사의 주장처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 관련 MBC 특별근로감독 결과 고인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려워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제76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고용부는 몇 가지 근거를 댔다. 고인 MBC와 계약된 업무 외 다른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행정 등 업무를 하지 않은 점, 구체적 지휘 및 감독 없이 기상캐스터가 재량권을 가지고 업무에 임한 점,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는 점 등이 이유다.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 주장은 다르다. MBC가 근거로 댄 점들이 기계적인 해석이라는 반박이다. 김 노무사는 “최근 대법원 경향성에서 ‘취업규칙 적용’ 부분은 (근로자성 판별) 기준이 되지도 않는다”며 “형식적으로 끼워 맞춰 결론을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인의 괴롭힘 문제가 불거진 뒤로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확산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내용을 다룬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3개에 달한다.

근로기준법 개정 외에 모든 일터에서 이뤄지는 괴롭힘을 막는 내용의 법안을 신설하자는 제안도 있다. 이달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일터에서의 괴롭힘 예방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은 노무제공자 모두를 적용 대상으로 한다. 현행처럼 근로기준법에 규정한 근로자가 아니라 노무제공자로 확대한 것이다. 법안은 괴롭힘의 적용 장소를 ‘직장’이 아니라 ‘일터’로 규정했다. 이 법대로면 오요안나씨 등 프리랜서를 포함한 노무제공자, 플랫폼 노동자 등도 일하면서 당한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법의 대상뿐 아니라 처벌 범위 확대 필요성도 거론된다. 중대한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 단 1회만으로도 처벌하는 특별법 추진이 대표적이다. 일명 ‘고(故) 오요안나 법’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특별법에 중대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1회만으로 민형사상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현행법에는 사업주가 아닌 가해자를 형사처벌하는 내용이 없는데,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처벌 내용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방향은 앞선 고용부의 연구용역 결과와 배치된다. 지난해 4월 사단법인 노동법이론실무학회의 연구용역 보고서는 단순히 1회의 가해 행위나 향후 반복될 가능성이 없는 행위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지속성과 반복성 요건이 없을 경우에는 주관적 해석으로 신고가 오남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직문화 위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관련해 김민석 고용부 차관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현장에서 보면 행정 낭비라는 생각도 많이 한다”며 “지속성, 반복성 기준을 두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