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의 숨소리와 움직임까지 사실적으로 구현한 인형 '리본 베이비(Reborn Baby)'가 최근 해외 성인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대 2만파운드(약 38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해당 인형이 성인 여성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를 집중 조명했다.
일부는 높은 가격을 두고 아기 인형을 사는 여성은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실제 이 인형은 유산 등을 겪은 여성들의 심리적 회복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매체는 영국 서퍽에 거주하는 여성 조 밀러(48)의 사례를 소개했다. 여섯 자녀의 어머니이자 리본 베이비 제작자로 활동 중인 밀러는 현재 20개 이상의 인형을 소유하고 있다. 새 인형을 맞이할 때마다 '박스 오프닝(Box Opening)'이라 불리는 일종의 환영 의식을 진행한다.
그는 “박스를 한 번에 열지 않고 아기의 발과 손을 차례로 확인한 후 마지막에 얼굴을 본다”며 “마치 진짜 아기를 처음 만나는 듯한 설렘을 느낀다”고 전했다.
현재 그는 '스몰 미라클스(Small Miracles)'라는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며 유산이나 신생아 사망을 겪은 사람들에게 리본 베이비를 기증하고 있다.
밀러는 “리본 베이비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마음의 위로이자 상실을 달래주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영국에서 '가짜 출산극'을 벌인 여성이 조롱받은 사건에 대해 “그런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며 무조건적인 비난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초 스코틀랜드의 한 20대 여성은 SNS에 리본 인형을 신생아로 속여 가족에게 선물과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한편, 리본 인형은 불안감, 자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 완화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서퍽주에 사는 샤르마 크로스(38)는 자폐를 가진 딸 티치(21)를 위해 처음으로 이 인형을 구입했다.
그는 “딸이 시험을 앞두고 긴장과 틱 증상으로 힘들어했는데 인형을 품에 안자마자 눈에 띄게 차분해졌다”고 전했다. 현재도 티치는 리본 베이비를 항상 곁에 두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고 한다.
심리전문가 루이즈 가더드 크로울리 박사는 “돌봄과 애착을 담당하는 뇌의 회로가 자연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인형을 보살피는 행동이 옥시토신과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진정 효과를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사람은 인형이 진짜 아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돌보는 행위 자체가 심리적 위안을 제공한다”며 “이는 망상이 아닌 뇌의 본능적인 자기회복 반응”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