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강원 정선-쉼터가 돼준 뒷골목 성당

2025-08-26

내리꽂히는 햇볕이 견디기 어려웠다. 투명하게 맑은 하늘이어서 좋았지만, 그래서 태양이 더 뜨거운 것만 같았다. 강원 정선읍을 거닐고 있었다. 아리랑시장에서 콧등치기국수에 메밀총떡을 먹고 나온 길. 파란 하늘이 예쁘길래 그저 한가롭게 걷고 싶었다. 그 결정을 후회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디론가 들어가야 하나 싶었다. 막상 둘러보니 그럴 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다 보인 곳이 정선성당이었다. 건물의 생김새가 묘했다. 콘크리트 건물인데 처마 끝을 한옥처럼 곱게 들어 올렸다. 문 창살도 한옥의 그것을 닮았다. 문외한의 눈에도 지은 이의 의도가 보였다.

본당 바로 옆 정원 의자에 앉았다. 하늘은 여전히 파랗지만, 본당 덕분에 그늘이 졌다. 잠시 앉아 둘러보니 이 성당은 뜰이 정말 아름답다. 뒤편의 커다란 나무, 그 앞의 성모상, 주변을 에워싼 초록의 생명들. 한쪽에는 주보 성인이 십자가를 들고 본당의 예수를 바라보고 있다. 김대건 신부의 아버지 김제준이라는 설명이 보인다.

나도 그 풍경에 들어가 잠시 쉬기로 했다. 여전히 덥지만, 가만히 있자니 바람이 불어온다. 강원도여서일까, 아니면 여름의 끝자락이기 때문일까. 이제는 꽤 시원하다. 이런 게 여행이지. 이름난 곳 아니면 어때. 오래 기억에 남을 뒷골목 작은 성당이면 충분하지.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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