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뽀빠이’ 이상용이 8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방송 진행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1990년대 후반 정치 탄압을 받아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고 이전의 영화를 회복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이상용은 충남 서천 출신이다. 병약한 신체를 극복하고자 근육을 키운 것이 ‘뽀빠이’라는 별명을 안겨줬다. 그는 1970년대 KBS 어린이 예능 프로그램 ‘모이자 노래하자’에서 진행을 맡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만화영화 ‘주먹대장 뽀빠이’가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었다. 시금치를 먹으면 알통이 커지며 힘이 강해지는 캐릭터였다. 이상용은 ‘뽀빠이’로 불리며 건강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상용의 잊지 못할 또 하나의 경력은 1989년부터 MBC ‘우정의 무대’를 진행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사병의 어머니를 몰래 초대해 만나게 해주는 코너다. 시작 때 흘러나오는 노래 ‘그리운 어머니’를 잊을 수 없다.
“엄마가 보고플 때 엄마 사진 꺼내놓고 / 엄마 얼굴 보고 나면 눈물이 납니다 / 어머니 내 어머니 사랑하는 내 어머니 / 보고도 싶어요 울고도 싶어요 그리운 어머니.”
이 곡은 음악그룹 작은별가족이 1991년 제작한 영화 ‘어허-어이 어이가리’의 OST에 수록됐다. 세간에 불리던 작자 미상의 노래를 채보해 멤버 강인엽이 부른 것이다. 작은별가족은 9명으로 구성된 가족그룹으로 ‘한국의 잭슨파이브’로 불리며 활동했다. 강애리자가 솔로로 나와 ‘분홍립스틱’을 불러 히트했고, 강인봉은 자전거 탄 풍경을 결성해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보물’ 등의 히트곡을 냈다.
당시 사병으로 군에 가는 것은 가족과의 생이별을 의미했다. 장병들은 전선에서 보초를 서며 적을 향해 총을 들고 나서야 어머니의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방송에서는 무대 뒤에 있는 어머니의 목소리만 들려준 후, 자신의 어머니가 맞다고 생각하는 장병들은 앞으로 나오라고 이상용이 소리친다. 이때 많은 장병들이 무대로 튀어 올라와 “뒤에 계신 분은 저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라고 외쳤다. 얼마 후 어머니가 무대로 걸어 나오고 모자가 서로 끌어안고 상봉할 때 텔레비전 앞 국민들도 함께 울었다.
‘우정의 무대’를 아는 세대라면 지금도 “엄마가 보고플 때”로 시작하는 도입부를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질 것이다. 요즘은 효도라는 말도 무색해졌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