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위고 브로스 감독이 인종차별적·성차별적 뉘앙스를 담았다는 비판을 받은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현지 정치권과 인권기구까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은 남아공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브로스 감독은 17일(현지시간) “내 표현 선택은 옳지 않았다”며 “이 일로 상처를 받은 모든 분들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논란은 그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수비수 음베케젤리 음보카지의 대표팀 합류 지연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에서 비롯됐다. 브로스 감독은 당시 “훈련 후 그와 이야기하겠다. 그는 흑인 선수로 들어오겠지만, 내 방을 나설 때는 백인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해 인종차별적 암시가 담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남아공 정당인 통합민주운동(UDM)은 해당 발언을 “인종적·성차별적”이라고 규정하며 남아공 인권위원회(SAHRC)에 조사를 요청했다. SAHRC는 다음 날 “접수된 민원을 검토 중”이라며 “증오 발언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고 밝혔다. 이후 브로스 감독은 공개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브로스 감독은 “가장 힘든 점은 내 가족들, 아내와 자녀, 손주들까지 이 논란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나는 유색인 선수들과 함께 뛰었고,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에서 지도자로 일했으며, 지난 4년간 남아공에서도 그들과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누군가는 나를 고집 센 감독이라고 부를 수는 있겠지만, 누구도 나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브로스 감독은 음보카지의 에이전트를 향해 “축구를 안다고 착각하는 작은 여자”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 이 발언 역시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브로스 감독은 자신의 발언 배경에 대해 “아버지 같은 마음이 앞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팀에 늦게 합류한 일로 음보카지에게 극도로 화가 나 있었다”며 “젊은 선수가 갑작스러운 관심과 성공 속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이끌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음보카지는 지난해 6월 A매치 데뷔 이후 대표팀에서 5경기를 소화한 20세 유망주다. 지난해 10월 짐바브웨와의 월드컵 예선에서 퇴장을 당한 뒤 다음 경기에서 제외됐고, 최근 올랜도 파이리츠에서 미국 MLS 시카고 파이어로 이적했다. 브로스 감독은 “중요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AFCON)을 앞두고 캠프에 하루 늦게 도착한 것은 중대한 직업적 실수였다”며 “그를 보호하려는 설명들이 오히려 나를 더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남아공 대표팀은 오는 20일 앙골라와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시작으로 이집트, 짐바브웨와 차례로 맞붙는다.




